살인 사건을 저지른 이후 자수를 했더라도 반드시 이를 참작해 형을 줄여줘야 하는 것은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주모(25)씨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20년 부착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자수는 임의적 감경사유에 불과해 자수를 했다고 해도 이를 양형에 반드시 참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자수를 했는데도 원심이 감경하지 않아 자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주씨는 2017년 4월 전남 순천시 한 술집에서 처음 만난 피해여성 A씨가 술에 취하자 인근 모텔로 데려간 뒤,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며 무차별 폭행해 살해하고 A씨가 차고 있던 귀금속 403만원어치를 빼내 훔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주씨는 재판에서 A씨를 살해할 고의가 없었고, 112에 직접 범행을 신고해 자수했으니 형이 감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주씨가 경찰에서부터 피해자를 때린 사실만 인정하며 살인 고의는 부인해 살인죄에 대해 신고해 자수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형법상 자수요건이 충족됐다고 볼 수 없다”고 징역 22년을 선고하고 전자발찌 20년 부착을 명령했다.
2심은 “살인 고의를 부인해 자신이 행한 행위에 대한 법적 평가를 기소된 내용과 달리 주장한 것에 불과해 주씨가 살인죄에 대해 자수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1심이 자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자수는 법관 자유재량으로 형을 감면할 수 있는 사유에 지나지 않는다”며 “범행 내용과 자수 경위, 자수 이후 정황 등에 비춰 자수 감경까지 할 필요성은 없다”고 1심이 선고한 형은 유지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