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렛 캐버노 미국 연방대법관 후보자의 성폭행 시도 의혹을 폭로한 피해 여성이 다음주 초로 확정된 공개청문회 출석이 불가능하다면서도, ‘공정성과 안전 보장’이라는 조건이 충족된다면 증언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주 후반쯤으로 증언 일정이 잡힐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크리스틴 블레이지 포드 캘리포니아 팔로알토대 심리학과 교수의 변호인단은 미 상원 법사위원회에 보낸 이메일에서 이 같은 의사를 전달했다. 포드의 변호인인 데브라 카츠는 “24일은 (출석이) 불가능하며, 법사위가 그날로 청문회 일정을 고집한 건 독단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포드는 살해 위협을 받고 있으며, 가족들과 함께 집 밖으로 피신한 상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포드는 1980년대 초 당시 고교생이었던 캐버노 후보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고 주장했고, 캐버노 후보자는 이를 강력 부인했다. 이에 상원 법사위가 24일로 공청회 일정을 잡으면서 포드에게 “21일까지 출석 여부를 알려달라”고 했는데, 현 상태로선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포드 측은 “증언 이전에 미 연방수사국(FBI)의 수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면서도 카츠는 해당 이메일에서 “포드는 ‘공정하고 안전이 보장되는 상태’에서 증언하기를 원한다”며 “다음 주 그가 증언을 위해 준비하도록 관련 조건들을 오늘 협의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법사위에 새로운 청문회 일정, 방식 등을 논의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다. 다만 카츠는 “FBI의 선(先)수사를 선호하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현지 언론은 포드의 ‘24일 불출석 통보’보다는, ‘증언 가능성을 열어 뒀다’는 데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NYT는 “FBI 수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종전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 해도, 포드가 증언대로 향하는 문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깜짝 제안’으로 (포드의) 증언 협상도 예상 밖의 전개를 맞고 있다”고 전했다. CNN도 소식통을 인용해 “포드 측과 상원이 실제로 20일 한 시간 정도 전화 회의를 해서 일부 합의를 봤다”며 “포드 측은 ‘27일 증언’을 잠정 제안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캐버노 후보자는 재차 결백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저녁 백악관을 통해 공개한 서한에서 “나는 24일 청문회 자리에 있을 것”이라며 “법사위 앞에서 (결백을) 입증할 기회를 갖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전날 “이것(캐버노의 성폭행 시도 의혹)은 러시아 마녀사냥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며 자신이 지명한 대법관 지명자를 엄호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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