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아동수당 지급이 시작되면서 이를 활용하기 위한 금융 상품을 고민하는 부모들이 많다. 아이들을 위한 적금ㆍ펀드 등 각종 금융상품 가입은 미래의 종잣돈도 마련해주면서 자연스럽게 경제 교육도 시킬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다. 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지며 금융권도 다양한 혜택과 이벤트를 앞세우며 고객 잡기에 나섰다.
23일 보건복지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추석연휴 직전인 21일부터 영유아 192만명에게 첫 아동수당이 지급됐다. 아동수당은 매달 25일 0~5세(최대 72개월) 아동에게 10만원씩 지급된다. 탄생 직후부터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최대 720만원의 목돈을 수령할 수 있어 생활비와 양육비 등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관련 육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적금, 보험, 펀드 중 어떤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게 자녀에게 유익한지에 대한 고민 글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오고 있다. 금융회사들도 경쟁적으로 고객 유치에 나선 상황이다.
◇은행권, 경품 앞세워 유치전
아동수당 유치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곳은 은행이다. KB국민은행은 올해 말까지 아동수당을 2회 이상 수령한 고객에게 추첨을 통해 뽀로로 관련 경품을, 신한은행은 11월2일까지 2회 이상 연속으로 아동수당을 받은 고객에게 추첨을 통해 키자니아 2인 가족권을 비롯한 각종 상품권을 제공한다.
우리은행은 올해 말까지 부모나 자녀 명의 입출금 통장으로 아동수당을 받고 자녀 명의로 청약종합저축이나 적금에 가입하면 추첨을 통해 유아용 전동자동차 등을 지급한다. KEB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도 다이슨 청소기 등 각종 경품을 증정한다. 일부 시중은행들은 아동수당을 받는 고객들이 압류방지가 되는 통장에 가입할 수 있도록 가입대상을 확대하고 우대금리도 제공하기로 했다.
지방은행은 파격적인 금리혜택으로 고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제주은행은 아동 명의로 적금상품에 가입하면 최고 4.1%의 금리를 제공하고, 전북은행은 아동수당을 전북은행 계좌로 받은 고객 중 아이 명의로 ‘우리아이최고!’ 정기적금에 가입하면 최고 연 5%의 금리를 제공한다. 이 때문에 육아 커뮤니티에서는 해당 상품에 가입한 엄마들의 ‘가입 인증샷’이 속속 올라올 정도다.
은행들이 이처럼 각종 경품과 파격적 금리 혜택으로 고객 유치에 나선 것은 아동수당에 막대한 정부 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사항인 아동수당은 올해 국회를 통과한 예산만 7,000억원, 내년에는 3조원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신을 확보하는 동시에 ‘미래고객’도 선점할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어린이 고객은 한번 가입하면 장기간 상품을 유지해 잠재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어릴 적부터 한 은행과 꾸준히 거래하면 성인이 된 후에도 그 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펀드 가입으로 세제혜택과 금융교육 일석이조
펀드도 부모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어린이 펀드는 자산운용사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내놓은 상품으로, 현재 시장에는 관련 펀드가 35개 가량 있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동수당을 받는 동안 장기 투자를 통해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
어린이 펀드의 가장 큰 장점은 높은 세제혜택이다. 일반적으로 부모가 자녀 명의로 일반 펀드에 가입한 뒤 추후 자녀가 출금하면 증여로 간주돼 원금과 수익에 과세하게 되지만, 자녀 명의로 가입한 어린이 펀드는 일정 금액까지 펀드 투자로 발생한 수익이 증여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만 18세까지는 10년 단위 2,000만원까지, 만 19세 이후부터는 5,000만원까지 증여세가 면제된다. 2,000만원 미만으로 펀드를 가입해 세무서에 증여 신고를 하면 나중에 펀드 수익률이 올라 투자금이 불어나더라도 증여세를 피할 수 있다.
이에 더해 펀드운용을 통해 어릴 때부터 올바른 투자방법 등 금융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아동들이 어릴 때부터 자신의 이름으로 된 금융 상품 가입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경제에 대한 시각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펀드의 경우 상품 간 수익률이 천차만별인데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20일 기준 펀드평가사 제로인의 어린이 펀드 3년 수익률을 보면 ‘IBK어린이인덱스자[주식]A’ 는 28.82%, ‘신한BNPP엄마사랑어린이적립식자 1[주식]C5’는 20.13%로 높은 편이지만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펀드도 적잖다.
이밖에 주택청약종합저축 역시 연령과 관계없이 누구나 1인1계좌를 만들 수 있어 자녀의 첫 통장으로 만들기 쉽다. 만기가 없는데다 일반 적금보다 금리가 더 높아 부모들의 관심이 크다. 다만 만 19세 이전에는 납입 횟수가 24회를 초과하더라도 24회까지만 납입한 것으로 인정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아이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어줄 때는 가족관계증명서와 부모 신분증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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