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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사건 진상 재규명해 역사로 인정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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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사건 진상 재규명해 역사로 인정되길 바랍니다”

입력
2018.09.21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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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 갤러리노마드 관장, 70주년 맞아 지역 최초 기록전

[저작권 한국일보]전남 여수에서 대안공간 갤러리노마드를 운영하고 있는 김상현 관장은 70주년을 맞는 여순사건 기록전을 지역에서 처음으로 기획했다. 하태민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전남 여수에서 대안공간 갤러리노마드를 운영하고 있는 김상현 관장은 70주년을 맞는 여순사건 기록전을 지역에서 처음으로 기획했다. 하태민 기자.

“사건의 진상과 성격을 재규명해 수많은 희생자에 대한 국가의 책임의식을 사회적으로 공론화해 공식적인 역사로 인정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전남 여수에서 대안공간 갤러리노마드를 운영하고 있는 김상현 관장(52)은 70주년을 맞는 여순사건 기록전을 지역에서 처음으로 기획했다. ‘1948년 10월 19일 그로부터 70년…’ 주제의 기록전은 29일부터 다음달 27일까지 갤러리노마드에서 열린다.

여순사건 당시 희생된 유가족 증언 영상물을 비롯해 미국 종군사진작가 칼 마이던스가 남긴 사진기록물, 이번에 처음 공개하는 여수에 주둔했던 14연대 부대원 사진, 사건 연대표, 당시 사건을 다룬 신문, 잡지 등 1차 사료 70여점을 전시한다. 자료는 여순사건연구자 주철희 박사 제공으로 전시가 이뤄졌다.

김씨는 이번 전시를 통해 흩어지고 은폐됐던 여수ㆍ순천사건의 진실을 소환해 그 의미와 본질을 재규명하고 과거와 현재의 관계에서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 통찰을 통해 국가폭력에 의한 개인의 고통과 상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이 과정에서 개인과 국가와의 관계에 대해 끈임 없이 질문하고 개인과 사회, 과거와 현재를 둘러싼 인간의 본성, 심리, 신념 등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는 “1만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여순사건은 한국사회가 반공국가로 고착화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고 이념과 사상의 대립으로 여전히 수많은 희생을 낳고 있다”며 “과거사 청산은 근대 국가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있었던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세계의 보편적인 현상으로, 과거 사건들을 되짚어 봄으로써 역사의 진실을 망각하지 않고 기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시 효과를 높이기 위해 부대행사로 ‘앙상블 여수’의 특별연주를 마련했다. 당시 여순사건 희생자 가족의 상처와 참혹한 시대상을 애절하게 표현한 노래 ‘산동애가’, ‘여수블루스’, ‘여수야화’가 연주된다. 산동애가는 구례군 산동면의 꽃다운 열아홉 처녀 백부전(백순례)이 백씨의 가문을 잇기 위해 막내 오빠를 대신해 처형장으로 끌려가면서 부른 노래로 알려졌다. 특히 여수야화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최초의 금지곡으로 반공체제 고착화의 중요한 사회적 시스템으로 작동됐다.

김씨는 “금지곡의 배경과 원인을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평가하는 일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표현의 자유의 방향을 모색하는 중요한 작업이다”며 “당시 노래를 현 시점에서 다시 부르고 가사의 의미를 평가해 여순사건의 진실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서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순사건 70주년을 맞아 남과 북이 하나의 민족으로 더 이상의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함에서 지난달 11일부터 한 달간 세계 처음으로 남북한의 사람과 풍경을 동일 조건에서 촬영한 일본작가 유스케 히시다의 사진전을 열어 주목받았다. 이 밖에도 다양하고 특색 있는 예술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김 관장은 “이념의 프레임에 갇혀 정치적으로 편향된 해석으로 오랫동안 왜곡되고 외면돼왔던 1948년 여수·순천을 비롯한 전남ㆍ북, 경남일부지역, 제주4ㆍ3 등 비극적인 사건의 진실을 현대사의 실존역사로의 규명작업이 필요하다”며 “사회적, 역사적 트라우마에 대해 모든 국민이 공동체로서 아픔을 공유하고 특정집단의 상흔을 넘어 인권에 관한 윤리적 성찰로 성숙된 사회관과 역사관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수=글ㆍ사진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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