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소문] 음식값 안 내고 도망가면 ‘과학수사대’ 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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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소문] 음식값 안 내고 도망가면 ‘과학수사대’ 출동?

입력
2018.09.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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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캡처

19일 충남 천안의 한 익명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와 ‘좋아요’ 7,000여개를 받은 사진이다.

마스크를 쓴 두 남성이 있다. 얼굴이 잘 보이진 않지만, 왠지 심각한 표정일 것 같다. 등판에 적힌 문구 때문이다. ‘과학수사.’ 이들이 열심히 증거 수집 중인 대상은 초록색 소주병. 한 대원은 뭔가 부지런히 주워담고 있는 듯하다. “누가 먹튀(무전취식)해서 과학수사대 지문 감식 옴 ㅋㅋㅋ.” 사진과 함께 붙어 다니는 설명이다.

네티즌 반응은 반신반의다. ‘먹튀 했는데 과수대(과학수사대)가 온다고? 아니 과수대가 이런 일까지 해?’, ‘웃으면 안 되는데 웃겨 ㅋㅋㅋ 먹튀 했는데 과학수사대 옴 ㅋㅋㅋ’, ‘와 이런 일 하는 분들이 이런 거 때문에 일하는 분들이 아닌데…’, 이날 사진 아래 달린 댓글 중 일부 내용이다. 진실은 뭘까.

 “사진 속 대원들은 우리 대원이 맞습니다.” 

20일 충남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관계자의 말이다. 놀랍게도 사진 속 상황은 실제 상황이다. “범죄의 경중을 떠나 무전취식은 사기에 해당되기 때문에, 관할 경찰서 요청이 있을 경우 가끔 출동합니다.” 일반인이 생각하기엔 이런 가벼운 범죄현장에 과학수사대가 출동하는 게 어색해 보일 수 있지만, 무전취식도 엄연히 범죄이기에 상황에 따라 과학수사대의 힘을 빌릴 수 있다는 설명. “제가 알기론 몇몇 수도권 경찰서에선 이런 점을 적극 홍보하기도 했어요. 업주들조차 무전취식을 범죄라 생각 안 하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서요.”

무전취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돈이 있는 데도 안 내는 무전취식, 돈이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없어서 못 내는 무전취식이다. 죄질은 전자가 더 나쁘다. 돈이 있는데도 안 낸 건 피해자를 기망한(속인) 행위로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기죄는 최대 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밥 공짜로 먹으러 갔다가, 교도소에서 10년 동안 공짜 밥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무전취식은 꾸준히 증가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2년 9,889건이었던 무전취식(무임승차 포함) 범죄는 2015년 2만1,229건으로 2배 이상 껑충 뛰었다. 문제는 무전취식 범죄자의 대다수가 상습범이란 점이다. 지난 6일 경기 수원시에선 50대 남성이 무전취식 혐의로 실형을 살고 출소한 지 하루 만에 같은 혐의로 구속됐고, 지난 8월 서울 영등포에선 60차례가 넘는 무전취식으로 20여번 실형 선고를 받은 50대 남성이 무전취식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가 기각되자마자 다시 같은 범죄를 저질러 경찰에 입건됐다. 이쯤 되면 오히려 과학수사대가 출동하지 않는 게 이상할 지경이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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