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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슈] 퓨마, 코끼리, 곰…대한민국 동물원의 동물 탈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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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슈] 퓨마, 코끼리, 곰…대한민국 동물원의 동물 탈출사

입력
2018.09.22 14:00
수정
2018.11.0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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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슈]는 ‘모아보는 이슈’의 준말로, 한국일보가 한주간 화제가 된 뉴스의 발자취를 짚어보는 기사입니다.

대전동물원에서 퓨마 한 마리가 탈출한 18일 사육장 문이 열려 있다. 퓨마는 4시간여 뒤 인근 산속에서 사살됐다. 연합뉴스.
대전동물원에서 퓨마 한 마리가 탈출한 18일 사육장 문이 열려 있다. 퓨마는 4시간여 뒤 인근 산속에서 사살됐다. 연합뉴스.

18일 대전의 한 동물원에서 탈출한 퓨마가 사살됐습니다. 퓨마의 이름은 뽀롱이. 2010년생이었습니다. 뽀롱이는 이날 오전 9시경 사육사가 청소를 한 뒤 우리를 닫지 않은 탓에 오후 5시쯤 동물원 우리를 빠져 나왔습니다. 1시간 정도 뒤 뽀롱이는 우리에서 200여m 떨어진 동물원 안에서 마취총을 맞았으나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이후 2시간 가량 동물원을 배회했고 오후 9시 40분경 인근 산속에서 총을 맞고 죽었습니다.

20일 대전 오월드 입구에 퓨마 뽀롱이를 추모하는 조화와 사진, 메모지가 놓여있다. 연합뉴스
20일 대전 오월드 입구에 퓨마 뽀롱이를 추모하는 조화와 사진, 메모지가 놓여있다. 연합뉴스

소방본부 관계자는 “생포가 쉽지 않았다. 마취가 풀릴 경우 시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사살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실수한 것 때문에 죄 없는 동물이 죽었다”며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습니다. SNS에서는 “꼭 죽여야 했나”와 “사살 외엔 방법 없다”는 찬반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뒤를 돌아보면 국내에서 동물원을 동물이 탈출한 사례는 뽀롱이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그 결과는 비극적 죽음도 있었지만 무사 귀환도 있었습니다.

◇ “설마 우리 가게에 들어올 줄은” 도심 코끼리 탈출 사건

2005년 4월 20일 서울 능동 어린이 대공원에서 공연 준비 도중 탈출한 코끼리 6마리중 3마리가 건국대 후문 인근 식당에 들어가 조련사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5년 4월 20일 서울 능동 어린이 대공원에서 공연 준비 도중 탈출한 코끼리 6마리중 3마리가 건국대 후문 인근 식당에 들어가 조련사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동물 탈출 사건은 코끼리, 그것도 무려 6마리였었습니다. 2005년 4월 20일 코끼리 6마리가 4시간여 동안 대낮 도심을 활보한 사건입니다. 광진구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오후 3시경 ‘코끼리쇼’ 연습을 하던 코끼리들이 비둘기떼에 놀라 집단으로 탈출한 것이 발단이었습니다.

코끼리들은 알록달록한 공연복을 입은 채 거리를 배회하다가 가정집과 식당 안까지 들어갔습니다. 코끼리가 삼겹살집에서 탁자를 들이받으며 난동을 부린다는 신고에 소방관 80명, 소방차 9대 등이 출동했고 대대적인 포획 작전이 벌어졌습니다. 코끼리에 받혀 넘어져 갈비뼈가 부러진 주민 한 명을 제외하고 큰 사상 없이 오후 7시 반께 상황은 마무리됐습니다.

◇ “자꾸 도망다니지 말레이” 서울대공원 말레이곰 ‘꼬마’

2010년 12월 6일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도망친 6살짜리 말레이곰 ‘꼬마’. 청계산으로 도망갔다가 9일만에 잡혔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0년 12월 6일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도망친 6살짜리 말레이곰 ‘꼬마’. 청계산으로 도망갔다가 9일만에 잡혔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말레이곰 한 마리가 9일 간이나 도망 다니며 매점에서 막걸리를 훔쳐 먹은 사건도 있습니다. 2010년 12월 6일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6살 말레이곰 ‘꼬마’가 탈출해 인근 청계산으로 달아났습니다. 오전 10시 20분경 곰을 격리장으로 옮겨놓고 방사장을 청소하는 사이 앞발로 문고리를 열고 탈출한 것입니다.

수색팀은 산에서 찾아낸 배설물을 통해 꼬마가 등산객들이 먹다 버린 과일과 도토리를 먹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13일엔 청계산 정상 부근 매점을 털어 음식과 막걸리를 먹고 도망치기도 했습니다. 꼬마는 15일 수색팀이 놓은 포획틀에 걸려 무사히 동물원으로 돌아왔습니다.

꼬마가 돌아온 그 주의 첫 주말, 탈출했던 곰을 보러 몰린 사람들 때문에 서울대공원 관람객은 평소보다 3배나 늘었습니다. 꼬마를 유명 스타로 만든 일은 하나 더 있습니다. 잡히기 하루 전인 12일 MBC 뉴스데스크 최일구 앵커의 말입니다. “전 말레이 곰에게 이런 말 해주고 싶어요. 자꾸 도망다니지 말레이.”

◇ 국립수목원 늑대 ‘아리’, 발견 28시간만에 사살

2009년 8월 25일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 내 동물원에서 탈출한 늑대 ‘아리’. 28시간만에 발견됐으나 포획에 실패하고 사살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9년 8월 25일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 내 동물원에서 탈출한 늑대 ‘아리’. 28시간만에 발견됐으나 포획에 실패하고 사살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뽀롱이처럼 비극적인 결말을 맞은 동물도 있습니다. 2009년 8월 25일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 내 산림동물원을 탈출한 늑대 아리가 하루 만에 엽총으로 사살됐습니다. 아리는 사육사가 먹이를 주고 청소를 하는 사이 잠기지 않은 문을 통해 인근 광릉숲으로 달아났습니다.

수색견 8마리를 동원해 여의도 면적 4배에 이르는 광릉숲을 뒤졌으나 나타났다 사라지는 아리를 잡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오후 2시경 수목원 뒷산 정상 부근에서 발견된 아리는 결국 엽총으로 사살됐습니다. 사살 이유에 대해 수목원 측은 “한 번 놓치면 다시 잡을 가능성이 높지 않은 데다가, 오랜 기간 굶을 경우 민가를 공격할 우려가 있어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었습니다.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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