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20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진원지로 지목된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대신 외부인사들이 참여하는 사법행정회의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사법행정회의는 사법행정에 관한 모든 권한을 부여 받게 되며, 단순 집행 업무는 법원사무처가 맡되 사무처에는 상근판사를 두지 않기로 했다. 김 대법원장은 상고심 제도와 전관예우 등 사법개혁을 위한 큰 틀의 범국민적 개혁기구 구성 방안도 조만간 내놓겠다고 강조했다. 논란을 빚었던 법원행정처 내부의 ‘셀프 개혁안’에서 진일보한 방안으로 평가된다.
25일로 취임 1년을 맞는 김 대법원장은 당초 기대와 달리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초유의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의혹 규명에 소극적이었고, 사법부 관료화로 누적된 폐해를 극복하려는 사법개혁 의지도 미흡했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사법농단 의혹 규명과 함께 사법발전위원회를 통한 사법개혁을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김명수 사법부에 대한 안팎의 회의론이 비등한 시점에 뒤늦게나마 사법발전위와 법관대표회의 의견을 토대로 개혁안을 내놓은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법원행정처를 사법행정회의로 개편한다 해서 모든 논란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장과 그 보좌기구에 독점된 과도한 권한 해소뿐 아니라 사법부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 보장 확보라는 근본 문제까지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법행정회의에서의 대법원장의 권한을 어떻게 배제할 지, 사법행정에 참여시킬 외부인사를 누가 추천하고 얼마나 포함시킬지 등이 앞으로 논의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사법개혁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가장 시급한 것은 법원행정처 개편이다. 김 대법원장은 조만간 실무추진단을 설치해 올해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진 사법 불신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개혁작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 고법 부장판사 폐지 등 법관인사와 관련한 개혁안은 당장 적용해도 무방할 것이다. 지금은 약속을 남발할 때가 아니라 작은 것이라도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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