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극적 반전을 맞은 비핵화 국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향후 북미 간극을 좁히는 ‘중재자’ 내지 ‘촉진자’ 역할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북핵 문제 해결에 “잃어버릴 수 없는 기회”라는 게 우리 정부의 상황 인식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메인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서 돌아오자마자 다시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으로 떠나게 된다”며 “북미 간 대화의 중재와 촉진의 역할을 위한 것으로, 낙관할 수는 없지만 새로운 다리, 새로운 미래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이날 DDP 프레스센터를 찾아 평양 회담에 대한 미국 측의 긍정적 평가를 언급하며, “전반적으로 기류가 잘 흘러가는 것이 역력하게 드러난다”고 했다.
한반도 운전자를 자임한 청와대가 교착 상태의 북미 비핵화 협상에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고무된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 본부장은 ‘9월 평양공동선언’과 관련 “남북관계 진전이 북미관계의 진전을 가져오는 데 밑받침이 될 수 있다는 논리를 방증한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성과를 만들어내고 다시 미국한테 넘겨주는 우리 역할이 분명히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다만 관건은 북미 비핵화 협상이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천명하고 국제사회의 참관 하에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폐기 의지를 내비치긴 했지만, 미국과의 후속 협상에서 예기치 못한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 워싱턴 대북 강경파들은 북한이 핵 리스트 신고 및 검증을 확약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평양 정상회담 성과를 평가 절하하기도 한다.
이에 문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구체적 비핵화 이행 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계획이다. 톱다운 방식의 담판으로 성과를 내겠다는 의도다. 이 본부장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 대한 폐기 등을 얘기한 만큼 이제는 외교적 협상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의논할 때가 됐다”고 짚었다. 이어 “이 시기는 절대 잃어버릴 수 없는 중대한 기회”라며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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