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위장전입 이유가 자녀들의 교육문제 때문이었다니 기가 막히다.” “고위공직자 자제들의 병역제도 훼손은 정부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다.”
야당 대변인 시절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정부와 여당을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10차례나 몸 담은 조직의 입을 떠맡아 가다듬은 송곳 언변은 정치인 유은혜의 확실한 무기였다. 여기에 민주화운동 출신이란, 선명한 색깔이 더해져 그는 어느덧 진보진영 여성 정치인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청와대의 굳건한 신뢰도 장관 교체설이 불거질 때마다 그를 1순위 후보에 올려놨고 예상대로 선택을 받았다.
그러나 정치인 유은혜의 소신은 장관 유은혜에게 부메랑이 됐다. 장관 낙점 직후부터 그가 그토록 비난했던 자녀 위장전입 및 병역문제, 정치자금법 위반 등 도덕성 논란이 고구마 줄기 캐듯 터져 나왔다. “잘못을 인정한다”며 머리를 조아린 유 후보자의 뒤늦은 반성에도 지난 19일 열린 인사청문회는 자격 미달의 고위공직자 후보를 성토하는 격론장이 돼버렸다.
교육정책 최고결정권자가 되더라도 앞날이 밝지는 않다. 이해관계가 난마처럼 얽힌 교육 문제를 제대로 다루고 자리에서 물러난 장관은 손에 꼽을 정도. 문재인 정부 교육공약의 틀을 짠 전임 김상곤 장관마저 각종 이슈에 발목이 잡혀 취임 1년여 만에 낙마했다. 그래서일까. 유 후보자는 한껏 몸을 낮추고 있다. “교육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 중요하다”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학생ㆍ학부모들을 달랠 비책 마련에 고심하는 눈치다.
일단 청문회 문턱 넘기부터 쉽지 않아 보인다. 남북정상회담에 온통 관심을 빼앗겨 잔뜩 뿔이 난 자유한국당은 “의원 불패 신화는 없다”며 그에게 여성 부총리 1호 타이틀을 내주지 않을 태세다. 청문회 무덤의 제물이 될지 행정력을 겸비한 거물 정치인으로 도약할지, 유은혜의 장관 변신이 시험대에 섰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