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정말 독서의 계절일까’, ‘맹자의 어머니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교육적이었을까’, ‘이몽룡은 춘향이를 정말 사랑했을까’,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행복했을까’, ‘중국에서 문화대혁명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한치의 의심 없이 받아들여온 동서양 고전의 내용과 관용어구 등을 뒤집는 당혹스러운 질문이 쏟아진다. 책은 저자가 4년간 일간지 칼럼을 통해 꾸준히 던져온 질문을 추려 모았다. 이번 책의 화두는 ‘질문’이다.
김경집의 통찰력 강의
김경집 지음
동아시아 발행ㆍ288쪽ㆍ1만5,000원
저자는 정해진 답을 찾지 말고 답이라고 알던 기존의 것에 질문을 던질 것을 제안한다. 과거에는 학교나 사회가 정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이를 달달 외워 개인의 것으로 받아들였다. 정보가 한없이 부족했고, 과거의 것을 배워 미래를 예측해야 하는 시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정보는 넘쳐나고 답은 하나가 아니다. 넘치는 정보를 어떻게 잘 소비할 것인지가 중요해졌다. 과거의 것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미래에는 다르게 적용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새로운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고정관념을 합리적으로 의심하고 질문하는 식으로 말이다.
저자는 이미 뇌에 뿌리박혀 있는 고정관념과 당연시했던 수많은 관습들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머릿속을 들쑤신다. 우리가 당연히 옳다고 생각했던 것의 이면을 들추면서 현대적으로 이를 해석해 주체적인 답을 찾아간다.
동서양 고전에서부터 사회현상까지 질문은 광범위하다. 일단 질문이 생기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꼬리를 문다. 청량한 날씨의 영향으로 야외활동이 잦아진 가을에 책 판매량이 줄어든 출판사의 마케팅 전략이었던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광고 카피가 어떻게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됐는지, 샤를 페로의 동화집에 있던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미국의 월트 디즈니사를 거치면서 여자 아이들에게 어떻게 공주 판타지를 심어주게 됐는지, 중국 문화대혁명으로 한국경제가 어떤 혜택을 누리게 됐는지 등이다. 질문을 통해 과거의 정답은 현대에서 재해석된다.
독자에게 새로운 통찰의 방식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라지만 책은 권력 앞에 질문을 던져야 할 국회의원, 종교인, 지식인, 언론 등 기득권층을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이들이 침묵을 깨고 제기돼야 하는 질문들을 쏟아낼 때 새로운 시대정신을 만들고 보다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음을 끝으로 환기시킨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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