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東京)대 교수는 평양에서 열린 제3차 남북정상회담 결과와 관련해 “남북관계의 틀 속에선 남북군사합의서는 사실상 종전선언 수준의 진전이 있었지만, 비핵화 부분에선 ‘미래의 핵’만 언급해 한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반도 전문가인 기미야 교수는 20일 한국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북미대화 재개와 관련해선 “북한이 국제사회를 속이려고 한다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며 “대화 진전과 관련해선 북미 간 신뢰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만 설득하기 보다 북한을 미심쩍어 하는 미국을 주도하는 세력들도 함께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_평양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한다면.
“남북관계에 대해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등 남북관계가 더 밝은 미래로 나아갈 것이란 전망이 가능하다. 반면 비핵화에 대해선 지난 4월 판문점회담과 6월 북미정상회담에 비해 분명한 한계가 있다. 동창리 시험장과 영변 핵 시설 폐기를 언급하긴 했으나 ‘과거의 핵’에 대한 언급이 없고 미국이 요구하는 핵 시설 신고 리스트와 비핵화 일정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_핵 신고 여부를 밝히지 않은 북한의 의도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비핵화 문제는 미국과 협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남북이 비핵화와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하기엔 한계가 있다. 미국으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것을 확실히 얻지 않는 한 핵 시설 신고 리스트를 쉽게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_비핵화 협상에 대한 진전이 없는 셈인가.
“향후 미국과의 협상이 쉽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다만 진전을 위해선 북미간 상호신뢰가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_북한이 영변 핵 시설 폐기와 관련해 ‘미국의 상응 조치’라는 조건을 달았는데, 종전선언을 염두에 둔 것인가.
“이번 발표에서 종전선언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은 게 다소 의아하다. 북한이 영변 시설 폐기와 종전선언을 맞바꾸려는 것인지는 더 살펴봐야 한다. 종전선언은 북한 입장에선 체제 안전보장의 첫 걸음이란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어 본질적으로는 체제보장을 요구하는 것 같다.”
_2차 북미정상회담 등으로 비핵화 논의가 진행될 수 있는 결과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선언과 관련해 ‘매우 흥분된다’며 긍정 평가를 했고, 남북 정상이 발표한 평양선언도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것이다.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당연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겠지만 미국 내부적으로는 다소 고립돼 가는 모양새다. 때문에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만이 아니라 북한의 의도를 의심스러워 하는 미국 주류들을 설득하는 데도 노력해야 한다.”
_합의문 외에 비핵화와 관련한 남북 정상간 대화가 오갔을 가능성은.
“그렇기 때문에 합의문 자체도 중요하지만 문 대통령이 다음주 뉴욕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합의문에 포함되지 않은 북측의 메시지들을 어떻게 전달할지, 또 이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판단할 지가 중요하다.”
_남북 간 경제협력 움직임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가.
“한국이 앞서가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 일본은 미국의 (대북제재 등에 대한) 판단을 보면서 보조를 맞출 것으로 보인다.”
_남북정상회담 이후 북일관계 개선 가능성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당장 북일관계 개선을 위해 리스크를 취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일본 입장에선 북일 국교정상화라는 큰 틀에서 납치문제를 접근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닌 것 같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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