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3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평양에 쏠린 눈을 사로잡은 인물들이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대표적이다. 김 제1부부장은 문 대통령 방북 첫날인 18일부터 대활약을 펼쳤다.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먼저 도착해 의장대에게 무언가를 주문하며 환영행사를 최종 점검했고, 문 대통령 부부가 도착한 이후에는 두 정상에게 동선을 안내하고, 심지어 두 정상이 올라 있는 사열대에 함께 올라 자리를 정해주는 등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했다.
19일 백화원 영빈관에서도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취재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김씨 일가 집사라 불리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과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하는 모습,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환담하는 모습 등도 포착됐다. 자신을 향하는 취재진의 카메라가 부담스러운 듯 기둥 뒤로 숨기도 했다. 그는 첫날 정상회담에 배석하며 실세로서 존재감도 과시했다.
경제계 특별 수행단 일원이었던 최태원 SK 회장은 ‘찍사’(사진을 찍어주는 사람을 칭함)로 활약했다. 평양행 비행기서부터 흰색 디지털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던 최 회장은 같은 날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리용남 북한 대외경제 총괄 내각 부총리와 악수할 때도 나머지 손엔 카메라를 쥐고 있었다.
최 회장은 다음날 옥류관서 열린 오찬에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방북단의 사진사를 자처했고, 이후 평양냉면을 먹기 전에도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 구본무 LG 회장과 함께 2007년 정상회담 때도 방북했던 최 회장은 당시에도 사진사 역할을 자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가수 지코는 음식평론가급 시식 평을 남겨 화제가 됐다. 그는 옥류관에서 평양냉면을 처음 맛본 뒤 남측 취재진에게 “제가 먹어왔던 평양냉면 맛의 최대치일 것이라 생각하고 먹었는데 전혀 다르더라”며 “식초와 겨자, 특별한 소스를 가미해 먹는데 밍밍하지 않고 매콤하면서 맛이 확실히 느껴지되 자극적이지는 않은 균형 잡힌 맛인 것 같다”고 자세한 설명을 곁들였다. 옆에 앉아 있던 김형석 작곡가는 지코 인터뷰와 관계 없이 아이스크림 먹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 방송 카메라에 잡혀 웃음을 자아냈다.
우리의 국방부 장관 격인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은 19일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문 채택 후 군사분야 합의문을 서명하는 장면에서 화제가 됐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기념촬영을 하기 위해 서명이 돼 있는 합의문 페이지를 찾느라 수초간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이런 장면이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된 남북 정상회담 메인프레스센터 화면에 흘러나오자 일제히 웃음이 터졌다.
재벌 총수들의 ‘로봇’같은 모습도 화제가 됐다. 네티즌들은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다른 수행원과 달리, 재벌 총수들은 누군가 말을 걸어주길 기다리고 괜히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다며 “수행비서가 없어서 불안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뻣뻣하게 걷는 모습을 로봇에 빗대기도 했다. 방북단 인원 제한 때문에 공식ㆍ특별 수행원, 행사 지원 인력을 제외하고는 방북이 불가해 재벌 총수도 수행비서 없이 홀로 방북단에 포함됐다. 자신의 짐을 직접 챙겨 비행기에 오르고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이는 공식 수행원으로 방북한 주요 부처 장관들도 마찬가지였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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