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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ㆍ홍천 설악 골짜기에 숨겨진 가장 붉은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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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ㆍ홍천 설악 골짜기에 숨겨진 가장 붉은 단풍

입력
2018.09.28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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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가을이면 인제 연가리계곡은 단풍터널을 이룬다.
깊은 가을이면 인제 연가리계곡은 단풍터널을 이룬다.

삼둔사가리는 세 곳의 ‘둔’과 네 곳의 ‘가리’를 말한다. ‘둔’은 자급자족할만한 산이나 언덕을 이르고, ‘가리’는 사람이 살만한 계곡이나 골짜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삼둔사가리는 강원도 홍천과 인제의 깊은 골짜기에 걸쳐 있다. 삼둔은 살둔ㆍ달둔ㆍ월둔, 사가리는 아침가리ㆍ연가리ㆍ적가리ㆍ명지가리(명지거리)다. 여행 좀 해봤다는 사람은 들어봤을 만한 이름이다.

삼둔사가리는 부족하지만 자급자족이 가능해 외부와 접촉 없이 생활해 오던 마을이었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 등장하는 마을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직도 예전에 살던 집터가 남아 있어 더 신비롭다. 그 맛에 찾는다. “아~ 이런 곳에도 사람이 살았구나.” 삼둔사가리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그랬다. 이 지역은 설악산 자락의 인제 기린면과 오대산 자락의 홍천군 내면에 위치해 가을철 단풍 여행지로 제격이다.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단풍이 터널을 이루는 연가리골을 가장 추천한다.

연가리계곡의 깊은 가을 풍경.
연가리계곡의 깊은 가을 풍경.
연가리계곡 등산로는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다.
연가리계곡 등산로는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다.

연가리는 삼둔사가리 중에서도 가장 오지마을이다. 한때 50여 호가 오순도순 모여 살았던 곳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연가리는 다른 가리에 비하면 산세가 부드럽고 경사가 완만해 한결 걷기 편하다. 산행은 인제 진동리 적암마을에서 시작한다. 입구를 찾기가 약간 어려운데, 인제 기린면과 양양 서면을 연결하는 조침령로를 따라가다 적암마을의 연가리 민박집을 찾아 들어가면 된다. 조그만 길을 따라 들어서면 계곡을 건너는 다리가 나오고, 그 다리를 지나면 연가리골이 시작된다. 길은 한 사람이 지나기 딱 알맞을 정도로 초입부터 원시림이다. 주변에 작은 폭포마다 어김없이 이끼가 들러붙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듯한 계곡에서 나오는 찬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오솔길을 따라 1시간 30분 정도 들어가면 용폭포가 있는 백두대간 삼거리에 닿는다. 구룡덕봉, 응복산, 가칠봉, 갈전곡봉 등 높은 산들로 둘러싸인 깊고 깊은 골짜기이면서도 하늘과 맞닿은 듯 기분이 상쾌하다. 산행은 이곳에서 되돌아오는 것으로 계획하면 된다.

연가리골에는 다양한 희귀식물과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고라니ㆍ수달ㆍ오소리ㆍ멧돼지 등 산짐승과, 원앙ㆍ올빼미ㆍ소쩍새ㆍ지빠귀 등의 조류까지 살고 있다. 참나무ㆍ박달나무ㆍ피나무가 짙은 그늘을 드리운 계곡에는 열목어와 어름치가 헤엄친다. 숲은 대부분 천연림으로 일부는 낙엽송이 어우러져 풍경이 곱다. 연가리는 물이 풍부한 곳이라 폭염과 가뭄이 심했던 올해도 여전히 아름다운 단풍을 자랑할거라 감히 판단해본다.

백팩커들에게 사랑받는 아침가리계곡.
백팩커들에게 사랑받는 아침가리계곡.
이런 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나 싶을 정도다.
이런 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나 싶을 정도다.
아침가리마을에 남아 있는 분교 터.
아침가리마을에 남아 있는 분교 터.

아침가리는 오지를 찾아 다니는 백패커들에게 널리 알려진 계곡으로 ‘조경동계곡’이라 부르기도 한다. 조경동은 아침 조(朝)에 밭 갈 경(耕)자를 쓴다. 아침가리의 한자 이름인 셈이다. 아침가리마을은 인제 기린면 방태산자연휴양림 입구 방동약수에서 임도를 따라 1시간 30분 정도 들어가야 나온다. MTB나 오프로드 차량은 갈 수 있으나 일반 승용차로는 어렵다. 마을에는 아직도 조경동분교 터가 남아 있다. 옛날에는 주민들이 제법 많았다는 얘기다. 계곡 백패커들은 진동산채 식당 앞에서 트레킹을 시작한다. 마을에 닿기까지 계곡을 여러 번 건너야 하는데, 여름에는 언제 물이 불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방태산 골짜기 안에 있던 적가리는 이제 오지의 흔적이 남아 있지 않다. 방태산자연휴양림 덕분(?)이다. 적가리는 붉은(赤) 골짜기라는 의미다. 휴양림 안의 이폭포, 저폭포 주변은 가을이 깊어가면 가장 붉은 단풍을 뽐낸다. 과거의 오지마을에서 벗어났지만 최고의 단풍길인 것만은 변함없다. 마을 주민들이 오가며 그냥 부른 이쪽 폭포, 저쪽 폭포가 정식 이름이 된 것도 재미있다.

명지가리(명지거리)는 홍천 내면과 인제 기린면에 이어진 계곡이다. 길이 험하고 길다. 산악자전거를 좋아한다면 한번쯤 시도해 볼만하지만, 걸어서 넘어가는 것은 추천을 하고 싶지 않다.

이원근 승우여행사 대표 keuni7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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