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공식 환영식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북한 주민들이 열렬히 흔든 한반도기였다. 두 정상이 함께 카퍼레이드를 벌이는 동안에도 연도에 늘어선 주민들은 한반도기를 흔들며 ‘조국 통일’을 외쳤다.
지난 두 차례 평양 정상회담에서 보지 못했던 장면이기도 하거니와 독도가 선명하게 그려진 ‘온전한’ 한반도기의 물결이라서 감동은 더했다.
한반도기는 남과 북이 하나 되는 의지를 담고 있지만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으로 인해 독도가 사라지는 불상사를 겪기도 한다.
올해만 해도 평창 올림픽과 자카르타ㆍ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남북 선수들은 독도가 빠진 한반도기를 들고 개ㆍ폐막식과 시상식에 나서야 했다. 국제올림픽평의회가 독도 표시를 국제 분쟁의 소지가 있는 정치적 행위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판문점에서 열린 4ㆍ27 남북정상회담 때는 독도가 들어간 한반도기를 만찬의 디저트 장식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일본 외무성이 공식 항의를 하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북측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독도를 선명하게 표시한 한반도기를 두 정상의 동선을 따라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시민들이 흔드는 작은 깃발부터 부조 장식과 휘장, 대형 걸개그림, 포스터 등 형태와 크기 또한 다양했다.
이날 첫 정상회담이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 내부 사진을 보면 벽면 중앙에 설치된 한반도 형상의 부조에서 독도가 뚜렷하게 묘사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상시적인 장식인지 이번 회담을 위해 임시로 설치한 것인 것 알 수 없으나 ‘독도를 포함한 한반도는 우리 민족의 것’이라는 확고한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목란관 환영 만찬장에서도 독도가 등장했다. 두 정상 내외가 앉은 헤드 테이블 앞, 평화를 상징하는 흰 비둘기가 한반도 주변을 나는 장식 속에서 독도는 유난히 강조되어 있다. 만찬장 벽면에 걸린 환영 휘장에서도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독도를 확인할 수 있다.
정상회담 첫날 마지막 일정으로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이 열린 평양대극장 외벽에도 한반도기가 대형 걸개그림 형태로 내걸렸다. 공연장 내부 곳곳에서도 한반도기는 눈에 띈다. 무대 양옆은 물론이고 두 정상 내외의 좌석 뒷벽에까지 걸린 한반도기 속에서 독도의 모습이 뚜렷했다.
정상회담 일정 이틀째인 19일 남북 정상을 비롯해 남측 방북단이 오찬을 함께 한 평양 옥류관 벽면에도 역시 대형 휘장 형태의 한반도기가 걸렸다.
역사적인 세 번째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등장한 독도에 대해 일본 정부는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사진=평양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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