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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영변 폐기’ 카드, 美에 통할까… ‘플러스 알파’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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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영변 폐기’ 카드, 美에 통할까… ‘플러스 알파’가 관건

입력
2018.09.19 18:40
수정
2018.09.20 00:1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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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9일 평양 옥류관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오찬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평양 옥류관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오찬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 공동선언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 카드를 처음 제시함에 따라 북미 비핵화 협상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이 던진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가 미국이 그간 종전선언의 전제로 요구해 온 ‘완전한 핵 신고’ 에 미치지 못하지만, 북한이 미국과의 논의에서 제시할 ‘플러스 알파’를 남겨뒀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미간 논의가 재개되면 ‘플러스 알파’의 수위가 2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 여부를 판가름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 정상회담 결과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오전 “아주 좋은 소식”이라며 호의적인 관심을 보낸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앞서 그는 이날 0시가 조금 넘은 심야에도 트윗으로 남북 정상 간 합의 사항을 전하며 “매우 흥분된다”고 밝혔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적극적인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간 가교 성격을 띤 이번 남북 회담에 지대한 관심을 보인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즉각적 반응이 역으로 미 행정부의 면밀한 검토를 거치지 않고 나왔을 가능성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간 북미 대화에 적극적인 트럼프 대통령과 이를 만류하는 참모들 간 엇박자가 여러 차례 노출됐던 점에 비춰 미국 내부에서 입장을 정리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 결과만 보면 미국의 요구 수준에 일부 부응하는 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눈높이를 맞춘 것은 아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정상회담 발표 전인 18일 브리핑에서 남북 회담과 관련해 “비핵화를 향한 의미 있고 검증 가능한 조치가 나오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동창리 엔진 시험장 폐기시 외부 전문가들을 참여키로 한 것은 ‘검증 가능한 조치’로서 진일보한 것이다. 영변 핵 시설 영구 폐기는 핵물질 생산을 중단하겠다는 것이어서 사실상 비핵화 과정의 첫 조치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미 보유한 핵 무기에 대한 언급은 없다는 점에서 ‘핵 동결’을 넘어 ‘핵 폐기’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워싱턴 외교가의 회의론을 잠재울 수준은 아니다. 비핀 나랑 메사추세츠공대 국제정치학 교수가 이날 트위터에서 “북한의 핵무기 해체에는 전혀 근접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는 등 싸늘한 반응도 적지 않다.

하지만 북한이 남북 회담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의 일단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기대한 것보다 더 많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회담 평가를 묻는 한국일보 질의에 “공동 선언문은 많은 사람들이 예상한 것 이상으로 포괄적인 이슈를 다루면서 많은 내용들이 담겼다”며 “트럼프 정부가 면밀히 들여다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해리 카지니스 미국국가이익 센터 소장도 트위터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위해 워싱턴이 찾고 있던 사인”이라고 평가했다.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외교적 성과가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그간의 요구 수준을 낮추고 절충점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는 새로운 희망을 줬다”고 평했다.

특히 북한이 직접적인 협상 상대인 미국,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풀어 놓을 별도의 보따리를 남겨뒀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스포트라이트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일부 핵무기 반출 등 ‘깜짝 카드’를 제시할 것이란 관측은 진작부터 제기됐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공동선언 내용 이외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이를 시사했다. 다만 이 같은 깜짝 카드가 미국 의회와 행정부 내의 대북 강경론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논란이 계속될 수 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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