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성 맞춰 대학가면 졸업도 빨라
“반에서 몇 등이나 하니? 열심히 공부해서 명문대 가야지!”
대한민국 수험생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명절 덕담입니다. 이젠 좀 지겨울 법도 한데 어른들은 왜 항상 같은 질문을 하실까요? 지난해 교복기업 스마트학생복이 중ㆍ고등학생 7,51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렇게 성적을 묻거나 ‘공부 잘하라’고 조언하는 덕담이 친척들로부터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말 1위(2,958명ㆍ39.4%)로 뽑혔습니다. ‘누구는 어느 대학 갔다더라’는 말도 3위(1,732명ㆍ23.1%)를 차지했죠.
이런 덕담은 듣기 싫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23일 한국교육개발원의 ‘4년제 대학 졸업 소요기간에 영향을 미치는 학생과 대학 교육 특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성적에 맞춰서 대학을 선택한 학생들보다 원하는 전공을 찾아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이 더 빨리 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는 2013년 8월과 2014년 2월에 대학을 졸업한 9,676명의 대학생과 이들이 졸업한 140개 대학을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연구 대상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9.85학기 만에 졸업했습니다. 4년제 대학의 정규 학기는 8학기이기 때문에 상당수의 학생들이 2학기 가량 더 학교를 다녔다는 얘기지요. 이중 졸업유예 경험자는 64.5%(6,241명)나 됐습니다. 학생 신분을 유지해야 취업이 용이한 탓에 자발적으로 ‘화석선배’가 되기로 선택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대학 선택 이유를 물어보니 8학기 이내 졸업한 학생과 졸업 유예를 한 학생들 간에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8학기 이내에 졸업한 학생 3,435명 중 46.7%(1,603명)가 ‘원하는 전공 또는 업무 관련 분야 공부를 희망’해 진학했다고 답했습니다. 수능 성적이나 대학의 사회적 인지도보다는 자기 자신의 적성에 맞춰 진학했다는 겁니다. 반면 8학기를 초과해 졸업한 학생들 중엔 ‘수능 및 학교 성적을 고려’해 대학을 선택했다고 답한 경우가 41.4%(2,582명)로 가장 많았습니다.
연구는 수능성적이나 타인의 권유 또는 대학의 사회적 명성이나 인지도를 고려해 소극적인 대학선택을 한 학생들보다 자신의 적성과 관심 분야를 적극적으로 고민한 뒤 진학한 학생들의 졸업 소요기간이 더 짧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물론 등록금을 본인 스스로 마련하거나 학자금 대출을 받는지 여부도 졸업이 길어지는 요인 중 하나이긴 합니다. 그럼에도 보고서는 적성과 흥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대학생들이 입학시점부터 자신의 적성과 관심분야를 충분히 탐색한 후 장기적인 진로계획을 세워 공부할 수 있도록 대학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대학의 노력에 앞서, 어른들이 먼저 청소년들에게 “사회적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네가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렴” 같은 따뜻한 덕담 한마디 건네는 게 어떨까요.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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