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악화하면서 한반도 비핵화가 더 멀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압박에 직면한 중국 입장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게 근거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국도 무역전쟁과 비핵화를 연계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9일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 무역전쟁이 갈수록 격화하고 장기화하면서 앞으로 북한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노력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간 중국은 무역전쟁과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별개라는 입장을 보여왔지만 실제로는 북중관계 개선을 통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함으로써 미국의 무역 압박을 약화시키려 해왔다. 하지만 미국의 관세 공격이 갈수록 강화하자 기존 입장을 바꿔 아예 노골적으로 북핵 문제를 무역전쟁의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미중 양국은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3차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찾은 지난 18일에도 관세폭탄을 주고받았다. 미국은 2,000억달러(약 224조7,000억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4일부터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또 중국이 보복에 나서면 곧바로 2,670억달러(약 300조원) 수입품에도 관세를 매기겠다고 경고했다. 중국도 같은 날부터 600억달러(약 67조4,100억원) 규모의 보복관세 부과를 예고했고, 미국의 제조업계 공급체인에 직접 타격을 줄 수 있는 중간재ㆍ부품의 대미 수출 제한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국가이익센터(CNI)의 해리 카지아니스 국방연구국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를 위해 중국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만 미국의 관세 공격을 받는 중국으로선 이 같은 노력을 돕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무역전쟁과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연계해 중국을 압박하듯 중국도 북한 비핵화 문제를 미국과의 협상 수단으로 활용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제 북한은 강대국이 자국의 영향력을 입증하기 위해 경쟁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부승찬 전문연구원도 미중 간 무역전쟁이 북한 비핵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진단했다. 부 전문연구원은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남북관계는 가끔 미중관계의 종속변수가 된다”면서 “한반도 비핵화 추진의 중요 당사자 중 하나인 중국은 북한 문제를 대미 협상 수단으로 이용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한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진전시킨다면 강대국 간 패권 경쟁의 영향은 다소 제한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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