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무위’로 소극장 돌아와
“춤만 추며 살아오니 나이 70세에 할 수 있는 게 작품을 만드는 것뿐이었어요. 앞으로 사회에 어떻게 보답하면서 살 것인지 생각하다가 문득 이 작품을 만들게 됐습니다.“
칠순을 맞은 한국무용의 거장이 40년 가까이 차이 나는 젊은 예술가들과 손을 잡고, 소극장 무대로 돌아온 이유다. 1983년 안무가로 데뷔한 국수호(70) 디딤무용단 예술감독은 그동안 대극장 작품만을 만들어 오다 35년 만에 소극장에서 관객과 호흡을 나눈다. 19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열린 신작 ‘무위’ 시연회에서 국 예술감독은 “무더웠던 여름 내내 한국무용의 미래들과 함께 라면을 끓여먹으면서 완성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의 신작 ‘무위’는 화려한 세트 없이 담백하다. 무용수들과 음악만이 무대를 가득 채운다. 디딤무용단 소속 무용수 6명과 전 국립무용단 단원인 조재혁, 한국 창작무용에서 두각을 보이는 장혜림이 함께 무대에 섰다. 들판을 연상시키는 초록색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곡식 낱알로 만들어진 원형의 테두리를 오가며 자연을 춤춘다. 인위를 가하지 않고 자연을 따르는 ‘무위’라는 의미답게 절제된 한국무용의 동작들은 땅과 하늘, 공기와 물을 그린다.
이번 작품에서는 안무자로만 남기로 했던 그는 고민 끝에 5분 내외의 짧은 시간 무대에 등장해 춤을 추게 됐다. 두 젊은 무용수를 보듬어 안는 역할을 맡는다. 자연과 하나 됨을 몸짓으로 만들기 위해 국 예술감독은 노자의 ‘도덕경’ 등 동양철학 사상을 공부했다고 한다.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인 승무를 이수한 국 예술감독의 창작안무는 피아노와 첼로의 선율을 바탕으로 한다. 국악 대중화를 이끌어 온 강상구 작곡가가 라이브로 피아노를 연주하고, 철현금 연주자인 유경화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장구를 친다. 여기에 국립창극단 단원이자 국악계 아이돌로 꼽히는 김준수, 이소연이 땅과 하늘의 소리를 입힌다. 장르와 세대를 뛰어넘는 거장의 실험인 셈이다.
“춤추는 몸의 질감과 에너지를 관객과 가장 가까이서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소극장으로 돌아왔다는 그의 말처럼, 국 예술감독은 전통예술을 현 시대의 관객과 호흡할 수 있도록 해석했다. 전통 춤과 창작 춤을 오가며 한국무용을 전수하는 데 힘써 온 그는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12월에는 또 다른 신작 ‘춤시 오디세이’를 발표한다. 국 예술감독은 “이 나이에도 춤을 추고 만든다는 걸 후배들에게도 보여주고 싶고, 계속해서 발전되는 모습으로 관객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공연은 20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열린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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