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3차 남북 정상회담 기간 중 두 번째 회담을 갖고 ‘9월 평양 공동선언’에 서명했다. 전날 북한 체제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평양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120분 동안 회담을 가진 데 이어 이번에는 문 대통령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을 김 위원장이 직접 찾아 70분간 추가 회담을 가졌다. 평양 선언 서명식, 두 정상의 정상회담 결과 발표 생중계까지 파격 의전의 연속이었다.
오전 10시 영빈관 입구에 들어선 남북 정상은 50여m 복도를 걸으며 환담했고, 그 뒤를 김정숙ㆍ리설주 여사가 따랐다. 이어 두 정상만 회담장에 들어갔고, 전날과 달리 서훈 국가정보원장,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만 배석한 상황에서 회담이 진행됐다.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김 위원장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복도에서 얘기를 나누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서훈 국정원장은 회담장에서 나와 정의용 실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과 잠시 대화를 한 뒤 다시 들어갔다. 또 남북 관계자들이 복도를 분주히 오가며 합의문 서명식을 준비했다.
오전 11시 10분 회담을 마친 두 정상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서명식장에 입장했다. 서명식장 가운데에는 두 정상이 합의문에 서명하기 위한 대형 책상 두 개가 놓였고, 뒤편에는 소나무에 참매가 앉아 있는 그림이 담긴 대형 액자가 걸렸다. 북측은 2018년에 제작된 금강산 조선화라고 설명했다.
남북 공식수행원이 배석한 가운데 두 정상은 평양 선언 합의문에 서명했고, 이를 교환했다. 이어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에 서명했고, 두 정상은 뒤편에서 이 장면을 지켜봤다.
두 정상은 오전 11시 40분부터는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한목소리로 전쟁 없는 한반도 평화를 얘기했다.
먼저 발언에 나선 김 위원장은 “수십 년 세월 지속되어온 처절하고 비극적인 대결과 적대의 역사를 끝장내기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채택하였으며, 조선반도(한반도)를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육성으로 비핵화를 얘기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김 위원장은 또 ‘평창에서 평양까지 220여일’을 언급하며 “봄 여름은 혈연의 정으로 따뜻하고 화합과 통일의 열기로 뜨거웠다”며 “그 정과 열을 자양분으로 판문점의 봄날에 뿌린 화합과 평화의 씨앗이 싹트고 자라 가을과 더불어 알찬 열매가 됐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봄 한반도에는 평화와 번영의 씨앗이 뿌려졌다”며 “가을 평양에서 평화와 번영의 열매가 열리고 있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하나로 모인 8,000만 겨레의 마음이 평화의 길을 열어낼 것”이라며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낸 이 길을 완전한 비핵화를 완성해가며 내실 있게 실천해 가야 할 것”이라고 한반도 비핵화 필요성도 다시 강조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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