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말 서울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방남(方南)한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때처럼 청와대를 방문,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남북 정상이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만나는 셔틀외교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도 커다란 성과라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19일 평양 백화원영빈관에서 가진 정상회담 직후 “김 위원장에게 서울 방문을 요청했고 김 위원장은 가까운 시일 안에 서울에 방문하기로 했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에’라는 의미”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도 “문 대통령에게 가까운 시일 안에 서울을 방문할 것을 약속했다”고 확인했다.
정상회담 장소는 청와대가 확실시된다.김 위원장도 4ㆍ27 판문점 회담 당시 “대통령께서 초청해주면 언제든 청와대에 가겠다”고 했다.숙소는 김여정 부부장이 머물렀던 워커힐 호텔이 거론된다.
문 대통령이 올해 안이라고 시기를 못 박은 만큼 11~12월이 유력하다. 당장은 비핵화와 관련한 북미관계의 진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문 대통령은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에서 열릴 예정인 한미 정상회담에서부터 북한 핵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나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간 선거가 11월 예정돼 있는 만큼 비핵화와 평화체제 협상을 둘러싼 북미 간 담판은 10월에 집중될 공산이 크다.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성사되면 분단 이후 판문점을 제외하고 남한 땅을 밟는 최초의 북한 최고지도자로 기록될 전망이다.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 계획을 ‘파천황(破天荒)’이라고 표현했다. 이제까지 아무도 하지 못한 일을 했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의 방북을 수행 중인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주변에서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전부 반대했지만 막지 못했다고 한다. 완전히 김 위원장의 독자적인 결정이었다”고 전했다.
앞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2000년 평양 정상회담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울 초청을 수락한 적은 있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이 2011년 사망하면서 서울 남북 정상회담은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반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4ㆍ27 판문점선언 이후 합의 사안을 착실히 지켜나가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특히 그간 북측 지도자의 남측 방문에 있어 신변 안전 문제가 큰 걸림돌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성사 시 상당한 파격으로 평가 받을 만한 일이다.
남북관계가 셔틀외교 단계에 진입했다는 점도 한반도 운전자를 자임하는 문 대통령 입장에선 큰 수확이다. 북미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질 때마다 남북 정상 간 담판으로 풀어나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방남 계획에 대해 “남북관계의 획기적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평양공동취재단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