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19일 ‘평양공동선언’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정상화하고 ‘군사분야 합의서’를 통해 서해 해상에 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그 동안 지지부진했던 남북 경협 분야가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이날 합의는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의 정상화를 못박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개성공단은 지난 2016년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 고조에 따른 대응 조치의 일환으로, 금강산관광사업은 2008년 박왕자씨 피살 사건으로 각각 중단됐다. 문재인 정부도 그 동안 두 사안에 대해선 국제 사회 제재 등의 문제가 걸려 있어 시기상조라며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날 정부는 그 동안의 소극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남북 경협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보였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이번 회담에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큰 진전이 이뤄진 만큼 앞으로 북미간 협의도 잘 진행돼 남북 평화 번영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조속히 재개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향후 경제협력 활성화가 이어지고 중소기업들도 다양한 남북경제협력사업을 추진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미 올 들어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렸음에도 남북 경협 사업에 속도가 크게 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기도 했다.
금강산관광 사업권을 가진 현대그룹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금강산 관광 재개 합의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라며 “다만 선언문에 ‘조건이 마련되는데 따라’라는 전제가 명시된 만큼 사업 정상화를 위한 환경이 빠른 시일 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대그룹은 북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권을 바탕으로 중장기적 남북 경협에도 대비해나간다는 계획이다. 현대그룹은 △금강산관광지구 토지 이용권 △금강산관광지구 관광 사업권 및 개발 사업권 △개성공업지구 토지 이용권 △개성공업지구 개발 사업권 △개성관광 사업권 △백두산관광 사업권 △SOC개발 사업권 등 7개의 핵심 남북경협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다. 현정은 회장을 위원장으로 한 현대그룹 남북경협사업 태스크포스(TF)도 본격 가동되고 있다.
군사분야 합의서의 서해평화수역ㆍ공동어로구역 설정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는 지난 4월 ‘판문점선언’에서 평화수역과 어로 활동 보장을 언급한 것을 재확인한 것이다. 서해평화수역이 열리면 남북 모두에게 이득이다. 북방한계선(NLL) 인근 수역은 그간 양측의 어획 활동이 전무했던 곳이다. 까나리, 우럭, 꽃게 등이 풍부한 ‘황금 어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 동안 남북 대치 상황에서 어부지리를 챙긴 것은 불법 중국어선들이었다. 그러나 이번 합의서에서 남북이 서해평화수역과 시범 공동어로구역에서 불법어로를 차단하고 공동순찰을 하기로 한 만큼 불법 중국 어선들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영호 해양수산부 남북협력추진태스크포스(TF) 간사는 “군사 합의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우선 수산자원조사선을 띄워 해당 해역 조사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며 “이후 북측 수산당국과 공동수역의 입어 척수, 어종 당 쿼터, 조업 시간 등을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