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 공동기자회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8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9월 평양공동선언의 합의 내용을 공개했다. 두 정상은 이날 오전 11시 40분쯤 기자회견장에 도착, 각각 마련된 단상에 올랐다. 김 위원장은 먼저 대국민 공동선언을 서명했음을 알리며 “평화 번영의 시대를 보다 앞당겨 올 것”이라고 했다. 가까운 시간에 서울을 방문하겠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남북은 한반도 전 지역에서 실질적 전쟁 위협 제거와 근본적 적대 관계 해소를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남북은 한반도 비핵화 방안도 처음으로 논의했다”며 “미국의 상응 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 조치도 취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두 정상의 기자회견 발언 전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발언>
친애하는 여러분, 북과 남 해외의 동포 형제 자매들. 판문점 선언 이행의 풍성한 추억을 안고 평양에서 세번째로 만난 나와 문재인 대통령은 방금 역사적인 9월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했다. 판문점에서 탄생한 4ㆍ27 선언에 받들려 북남 관계가 역사적 전환의 첫 자욱을 떼었다면 9월 평양공동선언은 관계개선의 더 높은 단계를 열어놓고 조선반도를 공고한 평화 안전 지대로 만들며 평화 번영의 시대를 보다 앞당겨 오게 될 것이다. 나는 이 뜻깊은 자리를 빌어 판문점에서의 약속을 실천하기 위해 진정어린 노력을 기울여온 문재인 대통령과 남측 관계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되는 사의를 표한다.
북남 수뇌들의 결단을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그 이행을 위한 쌍방 당국의 노력에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주신 북과 남 해외의 온겨레에게도 따뜻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올해 들어 북과 남이 함께 손잡고 걸어온 평창으로부터 평양으로의 220여일, 이 봄 여름 계절은 혈연의 정으로 따뜻하고 화합과 통일의 열기로 뜨거웠다. 그 정과 열을 자양분으로 판문점의 봄날에 뿌린 화합과 평화의 씨앗이 싹트고 자라 가을과 더불어 알찬 열매가 됐다. '새로운 역사는 이제부터'라고 판문점에서 썼던 글이 현실로 펼쳐지고 있다.
이번에 나는 문재인 대통령과 기쁜 마음으로 북과 남이 함께 이룩한 관계 개선의 소중한 결실들을 돌이켜봤다. 그리고 북남관계의 전진을 더욱 가속화하여 민족적 화해와 평화 번영의 새로운 시대에로 탈선 없이 계속 이어 나가기 위한 문제들을 흉금을 터놓고 진지하게 논의했다.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자주의 원칙을 다시금 확인하고 첫 출발을 잘 뗀 북남관계를 시대와 민심의 요구에 부응하게 한 단계 도약시켜 전면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에 대해 의논했다.
수십 년 세월 지속되어 온 처절하고 비극적인 대결과 적대의 역사를 끝장내기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채택하였으며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했다.
각계 각층의 내왕과 접촉, 다방면적인 대화와 협력 다양한 교류를 활성화해 민족화해와 통일의 대하가 더는 거스를 수 없이 북남 삼천리에 용용히 흐르도록 하기위한 구체적 방도도 협의했다. 오늘 문재인 대통령과 내가 함께 서명한 9월 평양공동선언에는 이 모든 소중한 합의와 약속들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선언은 길지 않아도 여기엔 새로운 희망으로 높뛰는 민족의 숨결이 있고 강렬한 통일의지로 불타는 겨레의 넋이 있으며 머지않아 현실로 펼쳐질 우리 모두의 꿈이 담겨져 있다.
친애하는 여러분, 우리의 앞길에는 탄탄대로만 있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가는 앞길에는 생각 못했던 도전과 난관, 시련도 막아나설 수 있다. 그러나 시련을 이길수록 우리의 힘은 더욱 커지고 강해지며 이렇게 다져지고 뭉쳐진 민족의 힘은 하나된 강대한 조국의 기틀이 될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그 어떤 역풍도 두렵지 않다.
세계는 오랫동안 짓눌리고 갈라져 고통과 불행을 겪어 온 우리 민족이 어떻게 자기의 힘으로 자기의 앞날을 당겨오는가를 똑똑히 보게 될 것이다.
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가까운 시일 안에 서울을 방문할 것을 약속했다.
우리는 분단의 비극을 한시라도 빨리 끝장내고 겨레의 가슴에 쌓인 분열의 한과 상처를 조금이나마 가실 수 있게 하기 위하여 평화와 번영으로 나가는 성스러운 여정에 언제나 지금처럼 두 손을 잡고 앞장에 서서 함께해 나갈 것이다. 뜻깊은 평양 상봉에서 훌륭한 결실을 맺을 수 있게 성의와 노력을 다한 문재인 대통령과 남측 관계자 여러분들께 다시 한 번 사의를 표한다.
오늘의 상봉에 열렬한 축하와 성원을 보내주신 해내외 동포들과 친애하는 분들에게도 진심으로 되는 감사를 드린다. 감사하다.
<문재인 대통령 발언>
민족 동포 여러분. 남녘 국민 여러분. 해외 동포 여러분. 전쟁 없는 한반도가 시작됐습니다. 남과 북은 오늘 한반도 전 지역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위험을 없애기로 합의했습니다. 남북 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해 군사분야 합의 사항의 이행을 위한 상시적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1953년 정전협정으로 포성은 멈췄지만 지난 65년간 전쟁은 우리의 삶에서 계속됐습니다. 죽어야 할 이유가 없는 젊은 목숨들이 사라졌고, 이웃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겼습니다. 한반도를 항구적 평화 지대로 만들어감으로써 우리는 이제 우리의 삶을 정상으로 돌려놓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동안 전쟁의 위협과 이념의 대결이 만들어온 특권과 부패, 반인권으로부터 벗어나 우리 사회를 완전히 국민의 나라로 복원할 수 있게 됐습니다. 나는 오늘 이 말씀을 드릴 수 있어 참으로 가슴 벅찹니다.
남과 북은 처음으로 비핵화 방안도 합의했습니다. 매우 의미 있는 성과입니다. 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의 전문가들의 참여 하에 영구적으로 폐쇄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미국의 상응 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와 같은 추가적 조치도 취해나가기로 했습니다. 우리 겨레 모두에게 아주 기쁘고 고마운 일입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멀지 않았습니다. 남과 북은 앞으로도 미국 등 국제사회와 비핵화의 최종 달성을 위해 긴밀하게 협의하고 협력해나가기로 했습니다. 우리의 역할도 막중해졌다.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가 어느 때보다 절실해 졌습니다.
북녁 동포 여러분, 남녘 국민 여러분. 지난 판문점 선언 이후 한반도와 그 주변에는 역사적 사변이라고 해도 좋을 거대한 변화 일어났습니다. 사상 최초로 북미 정상이 마주앉아 회담하고 합의사항을 내놓았습니다. 북측은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일체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며 이를 지켜 한미 양국도 대규모 연합훈련을 중단했습니다.
개성에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설치됐습니다. 상시적으로 우리의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새로운 남북 시대가 열렸습니다. 너무나 꿈같은 일이지만 우리 눈앞에서 분명히 이행되고 있는 일들입니다.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우리 겨레의 마음은 단 한순간도 멈춘 적 없습니다. 빠르게 보이지만 결코 빠르지 않습니다. 이러한 일들을 오랫동안 바라고 준비해온 끝에 오늘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로 모인 팔천만 겨레의 마음이 평화의 길을 열어낼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낸 이 길을 완전한 비핵화를 완성해가며 내실 있게 실천해 가야 할 것입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오늘 평양에서 북과 남의 교류와 협력을 더욱 증대시키기로 했고 민족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실천적 대책을 만들어나가기로 했습니다. 남과 북은 올해 안에 동ㆍ서해선 철도와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가질 것입니다. 환경이 조성되는 대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정상화도 이뤄질 것입니다. 한반도 환경 협력과 전염성 질병의 유입과 확산을 막기 위한 보건의료분야 협력은 즉시 추진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금강산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복구와 서신왕래, 화상상봉은 우선적으로 실현될 것입니다. 2032년 하계 올림픽의 남북 공동 개최 유치에도 함께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3ㆍ1운동 100주년 공동 행사를 위한 구체적 준비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10월이 되면 평양 예술단이 서울에 옵니다. 가을이 왔다, 공연으로 남과 북 사이가 더욱 가까워 질 것입니다.
나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서울 방문을 요청했고, 김 위원장은 가까운 시일 안에 서울 방문, 여기서 가까운 시일 안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에, 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최초의 북측 최고지도자의 방문이 될 것이며, 남북관계의 획기적 전기가 마련될 것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오늘 한반도 비핵화의 길을 명확히 보여주었고, 핵무기도, 핵 위협도, 전쟁도 없는 한반도의 뜻을 같이 했습니다. 온 겨레와 세계의 여망에 부응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과 실행에 깊은 경의 표합니다.
남북관계는 흔들림 없이 이어져 갈 것입니다. 이제 평양회담 성과를 바탕으로 북미 간 대화가 빠르게 재개되길 기대합니다. 북미 양국은 끊임없이 친서를 교환하며 서로 간 신뢰를 거듭 확인했습니다. 양국 간 정상회담이 조속히 이뤄지고 양국이 서로 합의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도록 우리의 노력도 다해나갈 것을 약속 드립니다.
지난번 한반도에는 한반도와 번영의 씨앗 뿌려졌습니다. 오늘 가을 평양에서 평화와 번영의 열매가 열리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ㆍ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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