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열린 제70회 에미상 시상식은 다양성을 추구하는 할리우드를 자찬했다. 오프닝을 담당한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의 크루 케이트 맥키넌과 케넌 톰슨은 “역사상 가장 다양한 인종 출신 후보가 에미상에 후보로 지명됐다”라며 ‘우리가 문제를 해결했다(We Solved It)’는 노래를 불렀다. 공연 가운데 압권은 아시아계로서는 처음으로 에미상 여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된 한국계 배우 샌드라 오의 한마디. “아시아인인 것만으로 영예롭다.”
그러나 미국 언론은 정작 이날 시상된 26개 부문 가운데 22개 부문이 백인 연기자 및 스태프에게 돌아가는 결과가 나오자 자신만만한 오프닝이 민망한 꼴이 됐다고 비평했다. 오도 상을 받지 못했다. 오는 미국의 케이블채널 BBC 아메리카에서 방영된 살인 미스터리물 ‘킬링 이브’의 주연 이브 폴라스트리를 맡아 연기하면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의 영광은 ‘더 크라운’에서 엘리자베스 2세를 연기한 클레어 포이에 돌아갔다.
이런 가운데 눈길을 끈 것은 오의 오른편에 앉아있던 모친 전영남(영남 오)씨의 한복 차림이었다. 영국 BBC방송은 18일 “한국 전통 의상을 입고 나온 전영남씨가 쇼의 스타가 됐다”라면서 “현장의 많은 이들이 레드카펫에서 한복을 본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한국계 인사를 중심으로 찬사가 잇따랐다. 한국계 미국인 방송 프로듀서 앨버트 김은 “한국이 공식적으로 미국에 도착했다는 의미”라며 기뻐했다. 전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딸이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말했고, 인터뷰 도중 샌드라 오의 볼에 키스를 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BBC에 따르면, 샌드라 오는 7월 12일 일간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에미상 여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된 것을 두고 “진지하게 기념할 일”이라며 자축했고, “단순히 피부색의 기준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 형제자매 모두가 에미상에서 대표를 얻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최우수 드라마상은 마지막 시즌 방영을 앞두고 있는 케이블채널 HBO의 판타지 드라마 ‘왕좌의 게임’이 차지했다. ‘왕좌의 게임’은 모두 9개 부문을 수상했다. 전체 성적 면에서는 ‘전통 매체’의 대표인 HBO와 ‘신흥 매체’의 대표인 스트리밍서비스 넷플릭스의 작품이 23대23으로 동일한 수를 수상하며 균형을 맞췄다. 아마존 또한 ‘마블러스 미세스 메이즐’이 최우수 코미디 시리즈상을 비롯해 8개 부문을 수상하며 호성적을 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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