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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들 서류가방 이목집중… 북한 대외경협 실세 리용남과 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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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들 서류가방 이목집중… 북한 대외경협 실세 리용남과 회동

입력
2018.09.18 18:20
수정
2018.09.18 23: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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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남북 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18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공군1호기에 탑승한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이 나란히 앉아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3차 남북 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18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공군1호기에 탑승한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이 나란히 앉아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평양 남북 정상회담 특별수행단에 포함된 인사 중 단연 주목 받은 인물은 대기업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이다. 이들은 18일 오전 수행원 없이 혼자 가방을 들고, 직접 출입증을 받아 평양행 공군 1호기에 올랐다. 평양으로 출발 전에는 긴장한 표정이 엿보였지만 전용기 내부에서는 서로 담소를 나누고, 숙소인 평양 고려호텔에서는 함께 셀카를 찍는 등 여유를 되찾은 모습을 보였다.

해당 기업들이 모두 “잘 듣고 보고 오는 게 목적”이라고 강조해도, 총수들이 여객기에 하나씩 들고 탄 ‘가방’에 과연 무엇이 담겼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이들을 맞은 북측 인사는 자신들의 요청으로 재계 총수들의 방북이 이뤄졌다는 뉘앙스의 인사말로 논란의 불씨를 던졌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6시 40분쯤 특별수행원 소집 장소인 서울 종로구 효자로 경복궁 동편 주차장에 서류 가방을 들고 나타났다. 특별수행단은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으로 이동해 공군 1호기에 탑승했다.

이 부회장은 앞서 5시 30분쯤 약 2㎞ 떨어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삼성본관의 삼성전자 사무실에 들러 1시간가량 고위 임원들과 회의를 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주말 삼성경제연구소 등의 대북 관련 보고서로 예습을 했고, 방북 하루 전인 17일에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를 찾아가 약 1시간 30분간 직접 방북 교육을 받으며 첫 평양행을 준비했다. 이 부회장은 공군1호기 안에서 김현철 대통령 경제보좌관 옆으로 자리를 옮겨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김 보좌관은 2002년 일본에서 귀국한 뒤 7년간 삼성전자 자문교수를 지냈다.

2007년 2차 남북 정상회담 때 평양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 최태원 SK 회장의 여유 있는 모습에 비해 구광모 LG 회장은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버스에 탔다. 총수 중 가장 먼저 주차장에 나온 구 회장은 이번이 첫 방북인 동시에 지난 6월말 LG 총수가 된 이후 첫 번째 공식 대외행사다.

이 부회장은 물론 최 회장과 구 회장도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을 대신해 방북길에 오른 김용환 부회장도 마찬가지였다.

각 그룹 대표들의 조심스러운 태도는 평양회담이 갖는 무게감과 무관치 않다. 삼성 SK LG 현대차 모두 미국이 주요 시장인 수출기업이다. 유엔의 대북제재는 물론 미국의 독자 대북제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말 한마디가 예상하지 못한 화를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평양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에 포함된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가운데) SK 회장 등 재계 인사들이 18일 오후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리용남(왼쪽) 북한 내각부총리 면담에 참석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평양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에 포함된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가운데) SK 회장 등 재계 인사들이 18일 오후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리용남(왼쪽) 북한 내각부총리 면담에 참석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이 부회장 등 재계 인사들은 방북 첫날 오후 3시 30분쯤 평양 중구역 인민문화궁전에서 북한의 대외 경협 실세인 리용남 내각 부총리와 회동을 했지만 자기소개와 원론적인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대화들만 오갔다.

양측이 악수를 하는 과정에서 황호영 금강산국제관광특구 지도국장은 이 부회장에게 “우리가 오시라고 말씀 드렸다”는 의외의 인사말을 했다. “방북 수행단은 전적으로 우리 정부가 결정했다”는 이날 오전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설명과는 부합하지 않는 발언이다. 그룹 총수들 방북 결정자에 대한 논란이 생기자 윤 수석은 “북측은 경제인 누구를 데려오라고 말 한 적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리 부총리 등과의 회동에서 이 부회장은 “평양은 처음 와봤는데 직접 보고 경험하고 여러분을 뵈며 ‘이게 한민족이구나' 느꼈다”며 “더 많이 알고 신뢰를 쌓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리 내각부총리는 “우리 이재용 선생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주 유명한 인물이던데”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서도 유명한 인물이 되기 바란다”고 했고 이 부회장은 웃으며 “알겠다”고 답했다.

이날 회동에서는 구체적인 사업이나 향후 계획에 대한 말은 오가지 않았지만 방북 4대 그룹은 경제제재가 풀린 이후 대북 투자에 관심이 적지 않다. SK이노베이션은 러시아로부터의 송유관 연결, SK텔레콤은 통신망 구축 등의 남북경제협력이 가능하다. 남북경협 대표주자였던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세운 현대차그룹도 자동차 철도 철강 건설 등 대북 인프라 개선에 참여할 수 있는 계열사를 두고 있다. 삼성의 경우 과거처럼 삼성전자의 가전제품 위탁가공 이외에 건설 조선 바이오 등에서 협력을 검토해볼 만한 여지가 있다. LG도 전자를 비롯해 화학과 생활건강 등에서 북한과의 접점이 제기된다. 다만 4대 그룹은 한 목소리로 “대북제재가 유효한데다 회담 결과도 나오지 않은 시점에 경협 분야나 방향을 말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고 말한다.

금강산 관광을 포함해 전력, 통신, 철도 등 7개의 핵심 사업권을 보유한 현대그룹은 상대적으로 적극적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남북관계가 안 좋으면 늘 마음이 아팠는데, 빨리 (금강산 관광을)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리 내각부총리는 “현 회장의 일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답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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