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을 드물게 신속한 예고 보도로 반겼다. 그러면서 “북미 대화 교착이 미국 책임”이라는 자신들의 입장을 중재자를 자처한 문 대통령에게 강조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제3차 남북 정상회담 당일인 18일 오전 6시쯤 “역사적인 북남 수뇌상봉을 위하여 18일부터 20일까지 남조선의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의 이행으로 되는 이번 평양 수뇌상봉은 새로운 역사를 펼쳐가는 북남관계의 발전을 더욱 가속화하는 중대한 계기로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이날 1면에서 문 대통령의 방북 소식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렸다.
북한 매체의 남측 대통령 방북 예고 보도는 파격적이다. 2000년과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때에는 남측 대통령이 평양에 도착한 뒤 시차를 두고 해당 소식을 보도했었다.

남북관계 측면에서의 회담 의미를 부각했지만 다른 기대도 북한은 품고 있는 듯하다. 이날 노동신문은 ‘대화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누구 때문인가’ 제하 논평에서 “조미(북미) 협상이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에 있다”며 “종전선언 선포를 비롯하여 신뢰 조성 의지는 보이지 않고 지난 시기 조미 대화들에서 배격 당하였던 ‘선 핵포기’ 주장만을 고집하며 우리 국가가 ‘검증 가능하며 되돌려 세울 수 없는 완전한 핵포기’를 한 다음에야 기타 문제를 논의해볼 수 있다는 상식 밖의 생억지를 부리고 있는데 원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저들은 움직이지 않고 우리만 행동하라고 일방적이며 강도적인 요구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신문은 “미국은 종전선언을 그 누구에게 주는 선사물처럼 여기고 있다”며 “조미가 서로의 적대관계를 해소하자면 무엇보다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북한이 핵 신고나 영변 핵물질 생산 시설 동결ㆍ불능화 등 추가 비핵화 조치를 해야 미국이 대화 재개에 응할 듯한 분위기에서 중재자를 자임하며 방북한 문 대통령에게 북측 입장을 충실히 반영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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