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평양에서 개최된 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두 정상의 경호와 의전, 전용 차량도 주요 관심사였다.
정상회담 첫날인 18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첫 만남이 이뤄진 평양 순안공항에서는 남과 북의 ‘그림자 경호’가 펼쳐졌다. 남북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철저한 협력 하에 합동경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의 근접 경호는 청와대 경호처와 호위총국이 각각 맡고, 2선 경호부터는 관례에 따라 초청국인 북측이 담당하는 식이다. 이 같은 경호방식은 이전 정상회담 준한 것으로 보인다. 2007년 평양에서 이뤄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간 정상회담 때도 청와대 경호실이 노 전 대통령 근접 경호를 했고, 군사분계선(MDL)을 넘은 직후부터 2선 경호를 북측에 책임졌다. 4월 판문점 정상회담 때도 남북은 공동경비구역(JSA) 남측 지역 전체를 특별경호구역으로 지정하고 합동경호를 실시했다.
이날 일정 중에는 특히 카 퍼레이드 과정에서 남북 경호인력간 긴밀한 협력이 눈에 띄었다. 무개차(지붕이 없는 차량)에 탑승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동안 주영훈 청와대 경호처장이 조수석에서 창문을 열고 평양 거리 상황을 주시했다. 북측 경호당국은 무개차 운전과 함께 사이드카 20여대를 V자 대형으로 바꿔가며 양 정상을 호위했다. 이와 관련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김 위원장의 경호와 직결된 문제인데도 북측 호위당국 배려로 우리측 경호책임자가 선탑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베일에 싸여 있던 김 위원장 전용 차량 내부도 일부 공개됐다. 김 위원장이 순안공항을 떠나기 위해 자신의 ‘벤츠 S600 풀만 가드’ 차량에 탑승하는 과정에서 조수석 뒤편에 부착된 모니터와 비상버튼으로 추정되는 붉은 색과 흰 색 버튼이 포착됐다. 미국 대통령 전용차인 ‘캐딜락 원’에도 설치돼 있는 비상버튼은 위기상황에서 구조 요청할 때 사용되는 데 유사한 용도로 짐작된다. 문 대통령이 이용하는 전용차도 김 위원장 차량과 동일 모델로 이번 회담을 위해 지난 16일 방북 수행단 선발대와 함께 육로로 휴전선을 넘어 평양에 미리 도착해 있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원들에게 1시간 이내에 모일 수 있는 지역에서 대기할 것을 지시했다. 유사시 즉각 NSC회의가 소집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ㆍ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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