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부의 국민연금 제도 개선안이 단일안이 아닌 복수안이 제시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백가쟁명식 국민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 경우 결국 책임을 국회에 넘기면서 국민연금 개편의 추진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료단체들이 일제히 반대하는 원격의료 확대 여부에 대해선 ‘정치적 논리에 따라 보지 말고 객관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은 1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남을 갖고 오는 10월말 국회 제출을 목표로 복지부가 만들고 있는 국민연금 제도개선안과 관련 “정부가 단일안을 내지 않고 여러 선택 가능성을 열어놓겠다”고 밝혔다. 앞서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제도가 지속 가능하려면 보험료율(현재 9%)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인상률은 적정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액ㆍ현재 45%)에 따라 결정하는 2개의 안을 제시했는데 정부안 역시 복수안이 제시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박 장관은 “정부는 국민들의 노후소득 보장과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을 위해 다층연금체계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방향성을 이미 제시했다”며 “(그럼에도) 국민들이 낼 수 있는 안은 넓게 제안하고 국회에서 다수 지지를 받는 안이 선택되도록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 역시 국민 여론을 의식해 매우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단일안이 아닌 복수안을 제시할 경우 책임을 회피해 개편이 더욱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박 장관은 의료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대면진료가 불가능한 의료취약지(도서ㆍ벽지)에 원격진료를 확대하는 정책에 대해 의료계의 비판이 거센 것과 관련, “의료인 간 원격의료가 도입된 후 18년 동안 이념적 논쟁을 하느라 싸움만 하고 진전시키지 못했다”며 “원격의료를 통해 의료인 간 협진을 우선 추진하고, 격오지는 현재 실시되는 의사ㆍ비의료인간 시범사업을 열심히 해본 뒤 실익이 크다면 적극적으로 하고 아니다 싶으면 완전 폐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어 “그간 진행된 시범사업은 예산도 적고 사례수도 적을 뿐 아니라 정치적 논쟁 때문에 결과 발표도 엉성하게 했다고 본다”며 “(현재 추진하는 시범사업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아동수당을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아동에게만 지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박 장관은 “10% 아동을 걸러내기 위한 행정비용으로 앞으로도 매년 1,000억원 가량 소요된다”며 “국회에서 순수하게 (정책) 효율을 고려해 전체 아동에게 수당을 주는 쪽으로 제도를 개선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