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8일 첫 평양 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김 위원장은 “조미상봉(북미 정상회담)의 역사적 만남은 문 대통령의 덕”이라고 추켜세웠고, 문 대통령은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하는 김 위원장의 결단에 사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전세계인에게도 평화와 번영의 결실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회담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진전시키자는 뜻을 분명히 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전 세계에 결실 보여주자”
김 위원장은 이날 정상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문 대통령님을 세 차례 만났는데 제 감정을 말씀 드리면 ‘우리가 정말 가까워졌구나’ 하는 것”이라며 “(북미 정상회담 등) 큰 성과는 문 대통령의 지칠 줄 모르는 노력 때문이다. 북남 관계, 조미(북미) 관계가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평양 시내를 오다 보니 놀랍게 발전돼 있어 놀랐다”며 “어려운 조건에서 인민의 삶을 향상시킨 김 위원장의 리더십에 경의를 표하며 기대하는 바가 크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진전 등의 성과를 이뤄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우리가 지고 있고 져야 할 무게를 절감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8,000만 겨레에 한가위 선물로 풍성한 결과를 남기는 회담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은 “전세계도 주시하고 있고, 전세계인에게도 평화와 번영의 결실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의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 본부청사 2층 회담장에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이 회담을 위해 본부청사에 도착하자, 입구에 나와 기다리고 있던 김 위원장이 “환영한다”며 악수를 청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청사 로비에 도열해 있던 김영철ㆍ최룡해ㆍ박광호ㆍ리수용ㆍ김평해ㆍ오수용ㆍ안정수ㆍ최휘 등 노동당 부위원장 8명과 나란히 악수를 했다.
문 대통령은 방명록에는 ‘평화와 번영으로 겨레의 마음은 하나!’라고 썼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문 대통령에게 펜을 건넸으나, 남측 인사가 다시 전해준 네임펜으로 방명록을 적었다. 이날 정상회담은 오후 3시 35분 시작해 5시 45분쯤 마무리돼 2시간가량 진행됐다.

◆배석자 최소화, 밀도 있는 정상회담 진행
정상회담 배석자는 남측에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및 서훈 국가정보원장, 북측에선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및 김여정 부부장으로 최소화됐다. 모두 비핵화 문제를 다루는 남북 핵심 멤버다. 밀도 있는 비핵화 논의를 고려한 포석으로 관측된다.
특히 남측의 서 원장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남북 정상회담 준비까지 사실상 문 대통령의 ‘대리인’ 역할을 하며 3차례의 정상회담에 모두 배석했다. 서 원장의 북측 카운터파트인 김영철 부위원장 역시 올해 진행된 3번의 정상회담에 줄곧 참석했다. 남북 간 물밑접촉을 이끈 ‘서훈-김영철’ 라인이 이번에도 가동, 핵심 정보라인의 공고함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참모인 정 실장의 남북 정상회담 배석은 처음이다. 정 실장은 미국 백악관 안보라인과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 평양 회담의 성과를 미국과 공유하고, 비핵화 방안을 조율하는 역할로 보인다. 김여정 부부장도 이날 회담에 배석해 실질적인 북한의 2인자임을 확인했다.

◆문 대통령 방북 소감으로 “갈라진 땅이라고 느낄 수 없어”
문 대통령은 순안공항 도착 직후에는 “비행기에서 육지가 보일 때부터 내릴 때까지 북한 산천과 평양 시내를 쭉 봤다. 보기에는 갈라진 땅이라고 전혀 느낄 수 없었다”고 방북 소감을 밝혔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이 5번째 방북이라면서 “금강산에서 어머님을 모시고 이산가족 상봉을 했고, 개성을 방문했고, 김정은 위원장과 판문점 통일각에서 2차 회담을 했다. (웃으며) 판문점 1차 회담 때 ‘깜짝 월경’까지 하면 모두 5번이다”라고도 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ㆍ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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