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남북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18일 평양 땅을 밟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예우는 대통령 전용기가 도착한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부터 돋보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가 직접 나와 영접한 것은 물론 남북 정상회담 사상 처음으로 예포를 쏘아 올리는 등 최고 수준의 예우로 문 대통령을 맞았다.
이날 오전 8시55분 서울공항을 출발한 문 대통령은 오전 10시께 순안공항에 도착, 김정숙 여사와 함께 레드 카펫을 밟았다. 공항에는 문 대통령이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수백 명의 환영 인파가 인공기와 한반도기, 꽃술을 들고 대기하고 있었다. 인파 속에는 ‘평양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열렬이 환영합니다’,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어가자’는 간판도 걸려 있었다.
문 대통령 내외가 전용기에서 내리자 김정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가 비행기 트랩까지 직접 나와 두 사람을 맞았다. 이미 두 차례 만났던 남북 정상은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뜨거운 포옹으로 평양에서 이뤄진 재회의 감격을 숨기지 않았다. 서양식 볼키스를 하듯 고개를 세 차례 교차해가며 포옹을 한 뒤 두 손을 마주잡고 다시 악수했다.
앞서 2000년과 2007년 평양에서 열렸던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당시 비행기와 꽤 떨어진 곳에서 남측 정상을 맞았던 데 비해 이번엔 더욱 극진하게 예우한 셈이다. 북측 지도자가 부인을 대동해 영접을 나온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 내외를 뒤따라 나온 북한 영접단도 북한 권부 축소판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핵심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명목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북한 권부 실세 중 실세인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겸 조직지도부장이 나와 있었다. 특히 최룡해는 4ㆍ27 남북정상회담 당시에는 북측 수행원에 포함되지 않는 등 최근 남북간 대화 국면에서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으나 문 대통령 영접에서 전격적으로 등장한 것이다.
남측은 물론 대미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외교라인 핵심인 리수용 당 국제담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도 포함됐다. 또 군부 서열 1위인 김수길 군 총정치국장과 남측의 국방부 장관에 해당하는 노광철 인민무력상도 군복 차림으로 영접을 나와 문 대통령에게 거수 경례를 하기도 했다. 이밖에 대남통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과 김능오 평양시 노동당 위원장, 차희림 평양시 인민위원장 등도 문 대통령 내외를 영접했다.
북측의 공항 영접은 북한군 명예위병대(의장대) 사열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의장대 사열은 의장대장의 “대통령 각하를 영접하기 위해 도열했습니다”라는 외침과 함께 시작됐다. 육ㆍ해ㆍ항공 및 반항공군(공군)으로 이뤄진 300명 규모의 의장대가 문 대통령 앞에서 사열했고 군악대가 연주하는 조선인민군가 등이 공항에 울려 퍼졌다.
의장대는 특히 21발의 예포를 쏘아 올렸다. 2000년과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대중ㆍ노무현 대통령도 북한군 의장대를 사열했으나 예포 발사는 없었다. 의장대의 21발 예포 발사는 외교무대에서 상대에 대한 최고의 예우를 뜻한다. 대통령과 국왕 등 국가원수에 대해 21발을 발사하고, 부통령이나 총리는 두 발 적은 19발을 쏜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국빈 방한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환영행사에서 21발의 예포를 발사하며 최고 예우를 갖췄다.
이어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안내를 받아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함께 단상에 올랐다. 두 정상 앞에 도열해 있던 육ㆍ해ㆍ공군 의장대가 차례로 분열하는 것을 끝으로 공항에서의 환영행사가 마무리됐다. 두 정상은 미리 준비된 차량을 타고 공항을 빠져 나갔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ㆍ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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