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형 은행들이 신속한 대출 심사를 위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사이트를 운영하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중소기업과 개인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AI를 활용한 대출을 실시하면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데 따른 대응 차원에서다.
18일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인터넷 쇼핑사이트 ‘야후쇼핑’에서 정장을 판매하고 있는 40대 여성은 최근 재팬넷은행에 70만엔(약 700만원) 대출을 신청하자마자, 해당 금액을 계좌로 받았다. 이처럼 빠른 대출이 가능한 배경은 재팬넷은행이 야후쇼핑으로부터 지난 10년간 이 여성의 월 판매액 데이터를 확보, AI가 이를 분석해 변제능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AI를 활용한 ‘데이터 대출’의 대출 심사 관행을 바꿔 버린 것이다.
리크루트그룹은 지난해부터 숙박 예약사이트 ‘자란넷’에 등록한 숙박업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실시하고 있다. AI가 예약기록 등을 통해 해당 숙박시설의 수입과 자금융통 상황을 판단해 대출 여부를 심사한다. 올해 4월부터는 미용실도 대상에 포함시켰다. 회계소프트웨어 업체인 야요이는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재무정보를 분석해 대출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일본에서 AI를 활용한 데이터 대출은 중소기업과 개인 사업자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신속한 심사 이외에도 담보 없이 2~15% 금리로 소액대출을 받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IT기업 입장에서도 오프라인 점포가 필요하지 않고 자금을 빌린 기업이나 개인사업자가 자사의 온라인 서비스를 꾸준히 이용하도록 만드는 부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일반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서류 제출은 물론 수차례의 직원 면담을 거친 뒤에도 1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대출 시장을 잠식당하자, 위기감을 느낀 일본 대형은행은 IT업체와 손잡고 AI를 활용한 대출 시장에 뒤늦게 잇따라 뒤어들고 있다. 미즈호은행은 소프트뱅크와 함께 ‘제이스코어’를 설립, 지난해부터 개인 대출을 시작했다. 인터넷상에서 학력, 연봉 등을 기입하면 AI가 신용등급을 1,000점을 만점으로 한 수치로 나타내 준다. 미쓰비시(三菱)UFJ은행도 크레디트엔진과 제휴해 매출 데이터를 모아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여부를 판단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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