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18일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다시 한번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 부부장은문재인 대통령 공식 환영행사가 진행된 평양 순안공항과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에 한 발 먼저 등장해 두 정상의 동선을 미리 점검하는 등 행사의 총 지휘자이자 김 위원장 비서실장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특히 1차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 회담에서도 김 위원장의 옆자리를 지켜 ‘백두혈통’으로서의 정치적 위상을 과시했다.
김 부부장은 공식 환영행사가 진행되기 약 1시간 30분 전인 오전 8시 35분쯤 흰 블라우스에 검정색 투피스 정장 차림으로 처음 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부부장의 등장은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직접 영접할 것이라는 관측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었다. 그는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다른 한 손에는 손가방을 든 채 두 정상의 예상 동선을 확인하고 의장대에 질문을 건네는 등 분주히 움직였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 내외를 영접하기 위해 활주로로 이동하자약 10m 앞에서 안내하는 등 비서실장의 역할도 수행했다. 두 정상이 의장대로부터 사열을 받을 때는 단상으로 뛰어올라가 문 대통령의 자리를 안내하기도 했다.
김 부부장은 남북 정상 내외의 백화원 영빈관 일정도 진두 지휘했다. 그는 두 정상 내외가 백화원 영빈관에 도착하기 15분 전인 오전 11시 2분 김 위원장의 ‘집사’로 불리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과 함께 등장해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두 정상 내외가 백화원에 도착하자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김 부부장이 직접 문 대통령 내외를 영접해 내부로 안내했다. 이에 앞서 두 정상이 카 퍼레이드를 위해 차를 갈아탈 때도김 부부장은 미리 연도에 대기해 있었다.
이날 김 부부장은 김 위원장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수행하고 정상회담 관련 행사 전체를 총괄하면서 정권 실세로서의 면모를 여과없이 과시했다는 평가다. 공항 환영식에서 문 대통령 내외가 북측 화동으로부터 꽃다발을 받자 김 부부장은 이를 다시 건네 받으며 김 위원장, 리설주 여사에 이어 세 번째로 문 대통령 내외와 인사했다. 김 부부장과 문 대통령 내외는 활짝 웃는 표정으로 한동안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김 부부장은 이날 오후 진행된 ‘3+3 정상회담’ 자리에 배석하며 정치적 무게감도 과시했다. 남측에서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배석했고, 북측에서는 1차 정상회담과 마찬가지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과 김 부부장이 참석했다.
앞서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6월 북미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김 부부장의 역할은 단연 돋보였다. 김 부부장은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 앞서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하며 남북 대화에 물꼬를 텄다. 지난 4월 판문점에서 열린 첫 남북정상회담과 6월 북미정상회담에서도 김 위원장을 밀착 수행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ㆍ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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