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랑땡, 빈대떡, 너비아니, 식혜….
차례상에 단골로 올라가는 음식이지만, 평소 식탁에선 좀처럼 맛보기 어렵다. 조리에 원체 손이 많이 가서다. 차례 음식 마련 때문에 명절이 달가울 수 없는 주부들의 심정을 헤아린 간편 제수 음식이 해가 갈수록 인기를 끌며 ‘대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18일 이마트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명절 간편식의 매출 규모가 약 3배나 성장했다. 추석을 앞둔 1주일 동안 이마트의 자체 간편식 브랜드 피코크의 제수 음식 매출을 분석해본 결과 2014년 4억5,000만원에서 지난해 12억4,000만원으로 뛰었다. 최대 열흘 동안 쉬는 날이 이어졌던 작년과 비교해 올 추석은 연휴 기간이 짧아, 간편식 제수 음식 매출이 지난해보다 약 61% 증가한 20억원 수준까지 올라설 것으로 이마트는 예상한다.
물만 부어 간단히 조리하거나 살짝 데우기만 하면 되는 간편식은 2, 3년 전만 해도 1인 가구나 직장맘을 겨냥한 제품이 대다수였다. 맛이나 품질보다는 간편하고 빠른 식사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최근 들어 맛과 품질은 물론 가격경쟁력까지 갖추고 메뉴도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명절이 차례 지내고 대접하는 날이라는 오랜 관념이 즐기며 쉴 수 있는 기간이라는 의미로 변하면서 음식을 되도록 간단하게 준비하는 경향이 더해져 간편식에 대한 선호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롯데푸드의 간편식 떡갈비, 동그랑땡, 너비아니는 지난 설 기간 평소보다 230%나 많이 팔렸다. 롯데푸드가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음식점 ‘순희네 빈대떡’과 손잡고 만든 간편식 전류인 녹두빈대떡, 고기지짐, 동태전, 감자채전, 해물파전 등도 지난 설 기간 매출이 250% 늘었다. 롯데푸드는 올 추석을 맞아 재료를 보충하거나 형태를 재구성해 관련 제품을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롯데푸드에 따르면 녹두빈대떡 1장(180g)을 집에서 만들면 재료비가 약 4000원 들지만, 간편식 순희네 빈대떡 1장은 3,450원이다.
동원홈푸드가 운영하는 간편식 온라인몰 ‘더반찬’에서 판매하는 모둠전은 명절 때마다 판매량이 약 2배씩 증가하고 있다. 이에 동원홈푸드는 지난 10일 일찌감치 모둠전, 갈비찜, 잡채, 쇠고기뭇국, 각종 나물 등을 4, 5인용으로 구성한 ‘프리미엄 차례상’ 세트를 내놓았다. 16일까지 사전 주문예약을 받은 이 세트는 ‘완판’됐다.
유통업계는 간편식 명절 음식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추세가 가성비보다 ‘가심비(價心比ㆍ가격대비 만족도)’를 좇는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에도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가격 대비 제품의 성능이나 실용성을 따지기보다 그 제품을 사서 얼마나 심리적으로 만족했느냐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일부 간편식의 경우 직접 조리하는 것보다 다소 비싼데도 꾸준한 반응을 얻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현상을 반영한다.
오승훈 이마트 피코크 개발팀장은 “피코크 제수 음식을 2만원 이상 구매할 경우 3,000원을 할인하는 행사를 26일까지 진행한다”며 “앞으로도 소비 트렌드에 맞는 양질의 간편식을 개발해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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