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이 아닌 내륙에서 여왕 개미를 포함해 800여마리의 붉은불개미가 발견돼 추석 연휴를 앞두고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에서 붉은불개미가 발견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7번째이지만 내륙에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지난 7월 인천항 컨테이너부두 이후 또 다시 강한 번식력을 가진 여왕개미가 발견되면서 확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
환경부는 대구 북구 아파트 건설 현장 내 조경용 중국산 석재에서 붉은불개미 7마리를 발견한 데 이어 전날 밀봉해 뒀던 석재에서 여왕 붉은불개미 1마리, 공주개미 2마리, 수개미 30마리, 번데기 27개, 일개미 770마리 등 830마리를 추가로 발견했다고 18일 밝혔다. 건설 현장 관계자가 17일 붉은불개미 의심 개체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신고했고, 검역본부가 이날 붉은불개미로 최종 확인했다. 최초 발견된 7마리는 모두 일개미로 확인됐으나 이후 환경부, 검역본부, 대구시 등 관계자들이 이날 오후 현장에서 추가 조사를 벌이던 중 번식력을 가진 여왕개미를 비롯해 대량 군체를 발견했다.
붉은불개미가 나온 중국산 석재는 중국 광저우 황푸항에서 출발한 8대의 컨테이너에 적재돼 이달 7일 부산 허치슨부두에 입항했다. 해당 석재는 이튿날 부산 감만부두로 옮겨져 10~11일 컨테이너에서 개장된 뒤 화물차에 실려 대구 건설 현장으로 옮겨진 것으로 파악됐다.
환경부, 검역본부, 대구시는 관계부처 합동 대책 및 붉은불개미 예찰ㆍ방제 매뉴얼에 따라 발견지점에 대해 통제라인을 설치하고, 조경용 석재 120여개는 약제 살포 후 비닐로 밀봉 조치했다. 검역본부는 이날 오후 석재를 담은 컨테이너가 반입된 자성대부두와 감만부두 화물조작장 일대에 약제를 살포하고 붉은불개미가 더 있는지를 조사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조경용 석재를 운반한 컨테이너 8개의 위치를 확인한 결과 3개는 이미 국외로 반출했고, 수출을 위해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적치중인 5개는 소독을 실시할 예정이다. 석재를 옮겼던 11대 트럭도 소독하고, 트럭의 이동경로를 추가로 추적하기로 했다.
정부는 석재가 하역후 대구 건설현장으로 직송됐고 발견장소로 이동된 지 일주일이 되지 않아 결혼비행의 가능성이 높지 않은 만큼 공사현장 이외의 국내 생태계로 확산됐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붉은불개미에 대한 검역을 강화했음에도 벌써 7번째, 그것도 내륙에서 처음으로 발견됨에 따라 검역체계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검역당국이 그동안 방역에 주력해온 식물류가 아니라 조경용 석재에서 붉은불개미가 발견됐다는 점에서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이날 오후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붉은불개미 방역과 확산 차단 대책을 점검했다. 정부는 석재에 대한 세관검역을 비롯해 붉은불개미 고위험지역인 26개국에서 수입되는 물품에 대한 검역을 강화할 예정이다.
붉은불개미는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이 지정한 세계 100대 악성 침입 외래종에 속하는 해충이며 환경부도 지난해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한 바 있다. 쏘이면 심한 통증과 가려움증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 현기증과 호흡곤란 등 과민성 쇼크로 인한 사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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