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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명조끼 없이 술판… 낚싯배 안전 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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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명조끼 없이 술판… 낚싯배 안전 출렁

입력
2018.09.19 04:40
수정
2018.09.19 07:1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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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인천 연안부두에서 출항한 주꾸미 낚싯배에서 낚시꾼들이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고 낚시를 즐기고 있다. 이혜미 기자
지난 15일 인천 연안부두에서 출항한 주꾸미 낚싯배에서 낚시꾼들이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고 낚시를 즐기고 있다. 이혜미 기자

“주꾸미 낚시하는 4시간 동안 배 위는 그야말로 무법지대였어요.”

금어(禁漁)기간이 풀린 첫날인 1일. 친구와 함께 인천 연안부두에서 출항한 낚싯배에 승선한 직장인 이다예(29)씨는 선상 술잔치에 깜짝 놀랐다. 낚시꾼들은 뱃머리에서 소주와 막걸리를 펼쳐놓고 음주를 즐겼다.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채 거나하게 취한 낚시꾼들의 몸이 파도가 출렁일 때마다 크게 휘청거렸다. 선장과 선원은 늘 있는 일인 양 본체만체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낚시꾼들은 낚시를 드리우고 담배를 피우다가 선체 아무데나 비벼 껐다. 보다 못한 이씨가 ‘꽁초를 그렇게 버리면 어떡하느냐’고 항의했지만 상대방은 ‘어차피 배 안이 축축해서 불도 안 난다’는 식으로 답했다. 이씨는 “운항 중인 작은 배에 불이 나면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거 아니냐”라며 “일부 낚시꾼의 안전불감증에 눈살이 찌푸려졌다”고 했다.

이달부터 가을낚시철이 열렸지만 낚시업체와 낚싯배, 낚시꾼들의 안전의식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3일 인천 영흥도 해상에서 15명이 숨진 낚싯배 전복 사고의 교훈을 1년도 안 돼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기자가 15일 인천 연안부두에서 출항하는 낚싯배에 승선해 보니 출항 첫 단추부터 안전수칙은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승선 전 육지에 있는 낚시업체 사무실에서 이름과 생년월일, 휴대폰 번호 등 승선명부를 작성하게 되어 있지만, 막상 배에 오를 때는 명부를 작성한 사람이 실제 승선하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신분증 확인 같은 기본 절차도 지켜지지 않았다. 승선명부는 해상 사고 시 보험사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초자료다. 낚시관리및육성법에 따르면 낚시업자들은 승선자가 직접 명부를 쓰게 한 뒤 이를 신분증과 대조해야 한다.

승객들의 안전불감증도 여전했다. 이 배의 승선인원 44명 중 구명조끼를 갖춰 입은 사람은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선장과 선원들도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다. 선장은 “구명조끼가 있으니 챙겨 입으라”는 방송조차 하지 않았다. 선원실에 널브러져 있는 구명조끼를 스스로 주섬주섬 챙겨 입었던 낚시꾼들도, 배가 출항한 지 1시간도 되지 않아 “낚시하는 데 불편하다”고 조끼를 훌훌 벗었다. 지난 한 해 단속에 걸린 낚시어선의 법률 위반 행위가 구명조끼 미착용, 출항 또는 입항 서류미필, 정원 초과, 선내 음주 순인 걸 감안하면, 최근 낚시 행태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17일부터 집중 단속에 나선 해경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낚시어선 이용객수가 2015년 291만명에서 지난해 414만명으로 증가 추세지만, 모든 어선을 단속하기엔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윤혁수 전 해양경찰청 차장은 “낚시업체나 선장 등이 경각심을 갖고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낚시꾼들 스스로도 안전을 지키려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인천 연안부두에서 출항한 주꾸미 낚싯배에서 낚시꾼들이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고 낚시를 즐기고 있다. 이혜미 기자
지난 15일 인천 연안부두에서 출항한 주꾸미 낚싯배에서 낚시꾼들이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고 낚시를 즐기고 있다. 이혜미 기자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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