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주최로 17일 오후2시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국민연금 개선, 국민 의견을 듣습니다’ 토론회 현장. 평일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는 물론 임의(계속)가입자, 수급자 등이 250석 규모의 토론회장을 빽빽하게 메웠다.
이날 공청회는 지난달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소득대체율을 45%로 유지하고 내년부터 보험료율을 11%로 인상하는 안과 ▦소득대체율을 2028년까지 40%로 낮추고 보험료율을 2029년까지 13.5%로 단계적 인상하는 안 2가지안을 제시한 뒤 반발 여론이 거세지자 마련된 자리다. 당초 정부는 국민연금 개편 과정에서 일반 국민을 참여자로 한 공청회를 계획하지는 않았다.
토론회는 국민연금 제도와 기금운용에 대한 불신 성토와 비판으로 시작됐다. 서울에서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이근재씨는 “국민연금 정책이 정부 성향에 따라 변화하는 데다, 어려운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불쑥 바꾸자고만 하니 반발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24세 대학생도 “정작 우리 세대는 국민연금을 얼만큼 받을지 확답을 받지 못하니 개편 논의가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참석자들은 국민연금 국가 지급보장 명문화가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25세 대학생은 “사람들이 사회보장제도인 국민연금은 불신하고 사적연금을 믿는 경향이 있는데, 보험회사는 약정으로 특정 계약을 맺는 반면 국민연금은 제도로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라며 “지급 보장 관련 명문화를 세세하게 해야 불신 해소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 회장도 “일각에선 추상적 수준의 지급보장 명문화를 주장하는데, 명확한 용어로 표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험료율(현재 9%)과 소득대체율(현재 45%) 조정을 두고는 의견이 분분했다. 근로자 대표 패널로 참석한 최종두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연구원은 “한국 노인빈곤 수준이 심각하기 때문에 소득대체율을 현재 수준으로 고정시키고, 필요하면 50%까지도 올려야 한다”며 “이제는 더 내고 더 받는 구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반대로 정원석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영세사업자나 소득이 낮은 이들에게 현재 9% 수준인 보험료도 큰 부담인데, 여기서 더 올리면 어떡하냐”고 했다.
정부가 보험료를 지원해주는 두루누리 사업 같은 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도 나왔다. 한 40대 남성은 “1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최대 3년까지 국민연금을 포함하는 사회보험료를 3년간 지원하는 ‘두루누리’ 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지원 대상 사업장을 50인 이하로 늘린다든가 지원 기간을 5년으로 연장하는 등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원석 본부장은 “근로자성을 인정 받지 못해 국민연금 제도 밖에 있는 학습지 교사나 보험설계사(특수고용직)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을 시작으로 다음달 5일까지 전국 16개(세종 제외) 시ㆍ도에서 토론회를 거친 후, 제기된 의견들을 반영해 다음 달 말 국회에 정부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토론회 방식의 실효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개편해야 할 크고 작은 사안이 많은데 2주 정도의 짧은 기간 내에 첨예한 국민 의견을 세세하게 수렴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일을 하는 평일 낮 시간대에 토론회를 진행하는 것으로 볼 때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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