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3차 남북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미국의 표정은 다층적이다. 남북 정상회담 결과가 2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지만, 회담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강한 우려와 경계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선택을 압박하는 대북 제재의 키는 풀지 않겠다는 의지만큼은 확고하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적극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일 트위터로 김 위원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 이후로는 북한 문제에 침묵하고 있다. 백악관이 10일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실제 북미가 정상회담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징후도 없다. 워싱턴 소식통은 “비공식 채널로 북미간 논의가 오갈 수도 있으나, 공식 채널에서 협의가 진행되는 정황은 없다”며 “일단 남북 대화를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의 문을 열어놓은 상태에서 남북 대화에서 나올 북한 메시지를 신중하게 지켜보는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린지 그레이엄(공화ㆍ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16일(현지시간) CBS 방송에 출연해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아직 위기를 벗어나지 못했다”면서도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약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을 갖고 논다면 우리는 고통의 세상에 있게 될 것이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아 있는 다른 옵션은 없기 때문이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최근 출간된 미 원로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신간 ‘공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주한미군 가족을 철수시키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그레이엄 의원이 “전쟁할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시작하지 말라”고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방송에서 “우리는 매우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순간에 근접했었다”며 책 내용을 확인하면서 “우리는 거기서 물러서 지금 기회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그의 언급은 침묵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류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동시에, 북한이 우려대로 비핵화 협상에서 기만 전술을 폈다는 게 확인된다면 남은 것은 군사옵션 밖에 없다는 배수진의 경고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미국 행정부는 제재 고삐를 틀어쥐는 데 더욱 집중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유엔 대북 제재위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서 드러나듯 중국과 러시아 등을 통한 제재 구멍이 심각해 가뜩이나 비핵화 요구에 버티는 북한의 뒷배만 넓혀주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제재 누수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시도가 실패할 수 있다는 초조감도 엿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결단에 기대를 건다면, 참모들은 북한의 선택을 이끄는 것은 제재와 압박 밖에 없다는 판단을 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3차 남북 정상회담이 국제적 대북 제재의 이완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미국 정부의 경계심도 여전하다. 국무부는 이날 문 대통령이 방북에 한국 대기업 총수들을 대거 동행시킨 데 대해 “남북관계와 북한 비핵화는 별개로 진전될 수 없다”며 대북 제재 이행을 촉구했다. 미국 주도로 17일 유엔에서 대북 제재 이행을 점검하기 위한 긴급 안보리 이사회가 소집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러시아가 전문가 패널에 압력을 넣어 대북제재 이행 보고서를 수정한 것이 계기가 됐지만, 남북 정상회담 등의 분위기를 틈타 대북 제재가 느슨해지는 것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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