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평양에 가는 삼성ㆍ현대차ㆍSKㆍLG 등 4대 그룹 대표와 주요 경제인들은 북한의 경제 담당 내각부총리와 따로 면담을 갖는다. 2000년,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때와 달라진 북한의 적극적 경제 구애로 볼 수 있다. 북핵 문제로 대북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이라 한계는 분명하지만, 향후 남북 경제협력의 토대를 닦는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행사라는 평가다.
평양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17일 정상회담 일정 브리핑에서 “첫날 오찬 후 첫 번째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경제인들은 (북한) 내각부총리와 대담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정상회담 대통령 특별수행원 자격 경제인들이 따로 북한 경제개발 실무 책임자인 내각부총리를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임 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과거 2000년과 2007년 정상회담 때도 대기업 총수가 여러 경제인과 방북한 만큼 (이번 기업인들의 방북도) 특별한 경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2007년 정상회담 때 방북했던 주요 그룹 총수는 일반적인 오ㆍ만찬과 참관행사에 주로 참석했지 따로 북측 경제 책임자를 만난 적은 없었다. 이번 면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20일엔 시설 참관 일정도 예정돼 있어 이 부회장 등은 북한이 소개하는 주요 경제시설도 둘러볼 것으로 보인다.
경제인들이 이번에 면담하는 리용남(58) 내각부총리는 떠오르는 북한 경제정책 실세다. 베이징외국어대를 졸업하고 1994년 싱가포르 주재 북한대사관 서기관으로 본격 활동을 시작한 리 부총리는 이후 남측의 장관급인 무역상, 대외경제상을 지냈고 2016년 5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 같은 해 6월 내각부총리까지 맡았다.
다만 대북제재 상황 때문에 기업들의 대북 투자나 경협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면담은 만남 자체에 의미를 둘 가능성이 높다. 임 실장도 “엄격한 제재가 국제사회로부터 취해지고 있어 실행할 수 있는 것과 못하는 것 사이 뚜렷한 경계가 있다”며 “지금 어떤 (경협 관련) 구체적 의제를 이야기할 것인지 말하는 것은 좀 섣부른 것 같다. 아직은 그런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미관계가 진전된다면 대북제재도 풀어지고 남북 경협도 가능해지는 만큼 이번 면담이 향후 경협의 시발점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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