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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위기의 여권, 반전은 가능한가

입력
2018.09.17 19:00
수정
2018.09.18 10:0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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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당·정·청 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당·정·청 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지율 추락의 속도가 당혹스러울 정도다. 고용쇼크로 상징되는 경제사정과 부동산 폭등까지 줄줄이 쓰나미가 몰아치고 있다. 최악의 일자리 통계가 나온 타이밍에 통계청장을 교체하는 황당함이나, 국회의장단과 여야 5당 대표 정상회담 동행 초청과정에서 보여준 청와대의 오만함까지 산 넘어 산으로 이어지는 자충수다.

심상치 않은 여권의 미래는 과거의 선례로 선명해진다. 문민개혁으로 70~80%대의 지지를 받았던 김영삼 대통령이 불과 집권 2년차 하반기에 36%대를 찍었다. 전례없는 개혁드라이브로 국민을 열광시키다 초기의 높은 기대가 차츰 정치사회적 갈등과 경제요인으로 무너져갔다. 적폐청산이나 대북이슈로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다 민생현안에서 피로감이 폭발하는 사이클이 무서우리만큼 유사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촛불민심의 기대로 탄생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50%선 붕괴는 정치적 타격이 예사롭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 때와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 점이야말로 여권으로선 아픈 대목이다. 노 대통령은 집권 2년차 후반기에 4대 개혁입법 추진을 기점으로 20% 후반대까지 떨어졌다.

지지율 추락의 양상을 보면 경제에 대한 평가가 안 좋아지니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지지도 덩달아 다운되는 실정이다. 진보진영의정책전문가인 최병천씨(전 민주연구원 연구위원)가 최근 만난 자리에서 “우리 유권자들은 한국현대사의 3대 이슈인 외교안보, 경제·성장, 민주주의를 서로 연결해서 정치권에 대해 사고하고 평가한다”고 지적한 대목이 떠오른다. 대중은 몇 가지 이슈를 통으로 묶어서 그 진영을 평가하게 되며 현 정권에 대해선 한반도평화와 민주주의에 대한 공을 인정해 경제·성장 분야가 취약하더라도 지지를 보내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남북문제 같은 기존의 강점 요인들도 뚜렷한 비핵화 조치가 안 나오는데다 경제문제까지 커지면서 여론이 정반대로 돌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한 여당을 표방한 민주당 이해찬 체제의 책임은 실로 막중해 보인다. 이 대표는 부동산정책은 물론 지방분권 강화까지 연일 드라이브를 걸며 여권 전체의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 청와대가 내각 역할까지 해온 일방독주에서 당청관계의 판이 새로 짜여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문 정부 임기중반 이 대표가 정권재창출까지 겨냥해 차기 주자 경선판의 기반을 쌓는 승부사 역할을 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문정권 성패의 최대 분수령은 내후년 총선이기 때문이다.

과거참여정부가 2006년 지방선거참패로 끝내 내리막길을 회복하지 못한 것처럼 현 여권의 운명은 2020년 4월 총선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혁진영 20년 집권플랜’을 주장해온 이 대표는 풍부한 차기 주자군을 포진시켜 여권 전체의 활력과 자신감을 키운다는 구상일 것이다. 청와대내 몇 사람이 아닌 여당의 넓은 인재풀이 가동돼 국정현안에 전면적으로 참여할수록 진영에 대한 믿음과 기대감을 살릴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것은 추석 이후 민심의 향방을 정확히 읽는 것이다. 바닥 정서와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지지층에서 이탈하는 이유를 오판하면 치명적이다. 추석 이후 민심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를 두고 여당과 청와대의 의견충돌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지율이 떨어지고 임기 중반을 넘어설수록 집권당은 정권재창출을 향한 승리연합세력 확대에 주력하지만 청와대는 자신만의 아젠다에 더욱 집착해가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심지어 정동영 김근태를 향해 “구태정치”라며 거칠게 부딪쳤고 손학규를 “보따리 장수”에 비유해 공개적으로 충돌했다. 지지율 폭락과 마주한 여권이 어떻게 위기를 돌파하고 진화할지, 이해찬 체제 등장과 함께 당청간 협력과 투쟁의 서곡이 울리기 시작할 것이다. 정권은 역사에 무한책임을 지는 존재임을 당청 모두가 명심해야 한다.

박석원 정치부차장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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