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현빈이 영화 '협상'으로 돌아왔다. 생애 첫 악역 변신으로 화제를 모은 그는 잔혹하고 거칠지만, 사연이 있는 특별한 인물로 관객을 만난다.
대부분의 장면에서 현빈은 흰 셔츠에 통바지, 슬리퍼(조리) 차림으로 등장한다. 모니터를 통해 하채윤(손예진)과 협상을 벌이는 인물이라 극 전개에 따른 의상과 헤어스타일의 변화가 거의 없다.
17일 오후 취재진과 만난 현빈은 "촬영 전에 감독님이랑 얘기를 했다. (후보 의상에) 수트도 있었고 검은색 정장도 있었고 여러가지가 있었는데, 비지니스 할 때는 정장을 입고 (인질극을 펼칠 땐) 편한 다른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어찌 보면 그런 복장 하나에서 느껴지는 (캐릭터의) 여유가 있을 수도 있다. 조리를 신고 다니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의상팀과 감독님과 저의 생각의 접점을 찾았다"고 덧붙였다.
또한 현빈은 멋스러운 비주얼을 위해 신경을 쓴 부분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멋있어 보이려고 신경 쓴 부분이 하나도 없다. 영화를 보시면 태구의 머리가 자꾸 바뀐다. 촬영 때 연기하며 머리를 만지고 했던 게 리얼로 나간 거다. 특별히 외적으로 보여드리려고 한 건 없었던 거 같다. 과거에 용병 시절을 겪었고 그래서 흉터나 문신이나 그런 작업들은 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표 미남배우 중 한 명인 현빈은 '얼굴이 연기를 가린다'는 생각을 해봤냐는 질문에 손을 내저으며 웃었다.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전혀 없어요. 오히려 그렇게 생각한 분들이 많다면, 깨고 싶은 욕심은 더 생길 거 같네요."
두 편의 영화('협상' '창궐') 개봉과 드라마('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촬영에 임하고 있는 현빈은 영화에 출연할 때와 드라마에 출연할 때 다소 다른 결의 캐릭터와 작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예전에 고민을 했어요. 시청자나 관객이 내게 원하는 게 뭘까,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은 뭘까를 봤을 때 공통점이 있는 게 있고 아닌 부분들이 있더라고요. 지금도 찾아가는 과정이긴 하지만, 어떤 관객들이나 시청자들이 내게 원하고 보고 싶어하는 모습만 보여준다면 결국은 마이너스일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잘 찾아가는 과정인 거 같아요."
"그런 면에서 민태구 역할은 공통점이 좀 있을 거 같아요. 관객들이 저에게 다른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부분이 있어서 어느 정도 충족이 될 거란 생각이 들고, 저 또한 연기를 함에 있어 다른 것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공통 분모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공조'와 '꾼' 그리고 '협상'으로 이어지는 현빈의 최근 영화 출연작들을 보면 로맨스가 부족한 게 사실. 그러나 그가 일부러 기피하는 것은 아니다.
"로맨스가 있는 작품들을 못 만난 거에요. 하고 싶어요. 드라마로도 영화로도 하고 싶죠. 멜로 장르 영화가 많이 없어진 거 같아요. 저예산이나 독립영화들, 상업적인 영화들로 확 나눠진 거 같은 느낌이 들어요."
요즘 누구보다 바쁘게 지내고 있는 현빈은 '연기 외에 관심 있는 것'에 대해 묻자, "아무것도 없다. 생각할 겨를이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심심하게 사는 거 같다"는 기자의 말에 현빈은 크게 웃었다.
"그런 게 있죠. 아마 배우들은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요. 그래서 하고 싶은 게 많아요. 일상적인 것도 그렇고, 직업 특성상 오는 제약들이 있으니까 하고 싶은 것들을 아껴두고 있답니다. (예를 들면?) 그냥 이런 삼청동 거리를 돌아다니고 싶어요. 그래서 외국에 나가면 많이 걷는 거 같아요. 제가 걷는 걸 좋아하거든요."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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