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은 참 재미있는 분이다. 경기가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예상치 못한 결과를 안겨줬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안젤라 스탠퍼드(41ㆍ미국)는 경기 후 공식인터뷰 내내 흐르는 눈물을 연신 닦았다. 대회 출전 결정부터 우승으로 마무리 될까지 어느 한 순간도 활짝 웃기 어려운 가시밭길이었기에 우승 감흥이 남달랐을 테다.
스탠퍼드는 유방암을 앓던 어머니의 증세가 올해 들어 더 악화돼 시즌 중도 하차도 고민했지만, 어머니의 출전 권유로 결국 이번 대회까지 참가하게 됐다. 16일(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 레벵 에비앙리조트 골프 클럽(파71ㆍ6,523야드)에서 열린 최종 4라운드에서도 그는 마지막 홀 경기 전까지 단 한 차례도 선두에 오르지 못하며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과 멀어지는 듯했다.
무엇보다 3라운드까지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았던 에이미 올슨(26ㆍ미국)의 기세가 대단했다. 스탠퍼드는 16번홀(파3)에서 더블보기를 범하는 치명적인 실수로 우승과 멀어지는 듯했지만 17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불씨를 살렸다. 끝날 때까지 포기하지 않은 결과는 달콤했다. 그는 마지막 18번홀(파4)을 올슨에 1타 뒤진 상태로 경기를 마쳤지만, 올슨이 대회 첫 더블보기로 무너지면서 결국 마지막에 웃는 자가 됐다.
2001년 LPGA 투어 데뷔 후 메이저대회 76번째 출전 만에 거둔 결과다. LPGA 홈페이지는 이를 두고 “어머니의 암이 악화했다는 소식은 이날 16번 홀 더블보기보다 더 큰 전쟁이었을 것”이라면서 “이날 스탠퍼드는 때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꿈이 현실로 이뤄진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스탠퍼드와 마찬가지로 이번 대회에서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노렸던 김세영(25ㆍ미래에셋)은 11언더파 273타로 공동2위에 머물며 올해도 메이저 우승 한을 풀어내지 못했다. 경기 중반까지 공동선두로 치고 나갔지만, 10번홀(파4) 더블보기가 뼈아팠다. 마지막 18번홀(파4)에선 연장전으로 승부를 끌고 갈 수 있던 약 3m 거리 버디 퍼트를 놓치며 결국 스탠퍼드와 희비가 갈렸다. 그는 “우승 압박이 없지 않았던 게 전체에 영향을 준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그럼에도 “이렇게 큰 실패에선 오히려 얻는 게 더 많다”면서 남은 대회 활약을 다짐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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