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노총이 대표적 무노조 기업이던 포스코를 두고 혈투를 벌이고 있다. 다수 노조 지위를 두고 두 노총간 극한 경쟁에 ‘어용 노조’까지 동원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벌써부터 잡음이 적지 않다. 노동친화적인 분위기를 타고 노조 불모지였던 국내 굴지 대기업에 어렵사리 노조가 설립되는 상황에서, 자칫 그들 스스로 재를 뿌리는 결과를 낳는 것 아니냐는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노총은 포스코노조 비상대책위원회와 함께 17일 여의도 한국노총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노조 재건추진위원회 발족을 선언했다. 현재 포스코에 남아 있는 조합원 9명의 유명무실한 포스코노조가 한국노총 가입을 선언한 것이다. 한국노총은 포스코노조를 거점 삼아 본격적인 조합원 확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도 이에 질세라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출범을 선언했다. 지난 13일에 이은 두 번째 출범 선언 기자회견으로, 포스코 조합원들은 가면을 써서 얼굴을 가렸던 1차 때와 달리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맨 얼굴을 드러냈다.
양대노총은 ‘노ㆍ노 갈등’으로 비화될 것을 우려해 상대에 대한 직접 비판을 하지는 않았지만 팽팽한 긴장감을 드러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양대 노총의 연대에 균열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포스코 문제로 다른 갈등이 특별히 커지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면서 “선의의 경쟁자로서 (양대노총 모두)포스코 노동자의 권익을 잘 대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역시 한국노총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지금 포스코에 민주노조는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단 하나 뿐”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숫자가 정해진 포스코 원청 근로자(포항 1만여명, 광양 7,000여명)를 두고 동시에 가입 경쟁을 벌여야 하는 만큼, 물밑의 치열한 세력 다툼이 예상된다. 현행 노조법상 복수노조 설립이 가능하긴 하지만, ‘다수 노조로 창구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법 조항 때문에 조합원 수가 경쟁 조합보다 한 명이라도 적으면 소수 노조로 전락해 각종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포스코 근로자 설득 과정에서 한국노총과 손을 잡은 포스코노조의 ‘어용성’을 강조하는 전략을 펼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이 9명에 불과한데 노조전임자가 4명이나 되는 등 사측의 적극적인 관리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포스코노조가 갑자기 한국노총 가입을 선언한 배경에는 포스코 사측이 있을 것이라는 게 금속노조 일각의 시각이다. 물론 한국노총은 적극 반발한다. 정태교 한국노총 금속노련 조직부장은 “포스코노조의 지도부가 총 사퇴를 하고 비대위가 들어섰으며 앞으로도 조합원의 권익을 위해서만 활동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고, 김만기 포스코노조 비상대책위원장도 “사측과 임단협 체결을 포함한 노사 간의 어떤 합의도 노동자의 뜻이 그대로 반영되도록 반드시 조합원의 의사를 묻겠다”며 사측과 선을 그었다.
양측의 경쟁이 과열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자 전문가들도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양대노총의 경쟁으로 노조 조직률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경쟁이 과열되면 발전소 노조나 대학 시설관리 노조, 대형마트 노조 사례처럼 노ㆍ노 갈등이 생길 수 있으며 직원들이 등을 돌려 사측의 입김을 받는 제3의 노조가 들어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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