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강원 춘천시의 한 웨딩 스튜디오에서 특별한 결혼식이 열렸다.
특성화고교인 춘천 한샘고 학생들이 형편이 어려워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부부의 웨딩 촬영 자리를 마련한 것. 이날 멋진 턱시도와 드레스를 차려 있은 부부는 오랜 만에 함박웃음을 되찾았다. 청명한 가을날을 배경으로 잊지 못할 사진도 남겼다. 신부 김순식(52)씨는 “형편 상 웨딩촬영도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학생들의 도움으로 소원 하나를 이뤘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한샘고 학생들은 부부의 웨딩마치를 앞두고 청첩장과 향초와 쿠키 등 답례품을 정성스레 준비했다. 앞서 생활정보지에 직접 광고를 내고 웨딩마치를 올릴 부부를 모집했다.
뿐만 아니라 드레스와 턱시도 제작은 물론 헤어와 메이크업, 네일아트까지 직접 지원하며 한 가정에 의미 있는 선물을 했다. 패션디자인과에 재학 중인 변은지(18)양은 “재학생 33명이 분야별로 평소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했다”며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한샘고는 올해부터 패션디자인과와 조리과, 미용과, 화장품 응용학과, 인터넷 정보ㆍ비즈니스과 등 학생들의 전공을 살린 ‘한샘 웨딩 이야기’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2016년 시작한 사회적 협동조합 사업 범위를 웨딩 서비스까지 확대한 것이다.
연말까지 다문화가정과 장애인, 노년부부의 리마인드 웨딩까지 4쌍에게 의미 있는 결혼식을 선물할 계획이다. 공병준 한샘고 지도교사는 “특성화고 학생들이 전공을 살린 프로그램을 통해 비즈니스 마인드와 따뜻한 기업가 정신을 갖추기를 바란다”며 “내년부터는 좀 더 많은 분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웨딩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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