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문현답.’ 박준희(55) 서울 관악구청장은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의미의 우문현답의 자세로 민선 7기 구정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하루에도 두세 번씩 현장에 나가 주민 목소리를 듣는 게 일상인 그는 인터뷰 당일에도 양복 차림에 어울리지 않는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임기 초기 잠깐 보여주기 식으로 끝나진 않을까 하는 의심은 청사 입구에서 여지 없이 깨졌다. 17일 찾은 청사 1층엔 주민과 소통이 쉽도록 카페 형태의 구청장 집무실을 만드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임기 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지역 현안을 묻는 질문에는 “고시촌 인구 급감으로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는 일”이라고 답했다.
-구청장 집무실이 1층에 또 하나 생긴다고 들었다.
“제가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그곳에서 업무를 보면서 주민들이 찾아오면 구정 논의하고 민원도 들으려고 한다. 말 그대로 주민들 누구나 구청장과 격 없이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보면 된다. 선거운동 하면서 주민들한테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인 ‘구청장 만나기가 그렇게 어렵다. 구청장 되면 당신은 만나줄 거냐’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했으니 공약인 셈이다. 또 제가 구의원과 시의원을 16년간 하면서 민원 처리엔 일가견이 있다. (웃음) ‘관악혁신청’이란 이름으로 다음달에 문을 연다.”
-취임 후 현장에 나가 해결한 민원이 있나.
“남현동 주민들이 찾아와 길이 좁아 차가 다니기 힘들 정도라며 이를 조금만 넓혀 달라고 했다. 해당 도로는 공원 용지인 산에 접해 있었는데, 확장 공사를 하면 공원 대체 부지를 마련해야 하고 100억원 이상 되는 토지 보상 문제도 걸려 있어 30년간 처리하지 못한 민원이었다. 그런데 현장에 나가 측량을 해보니, 지적선이 1m 정도 도로 쪽을 침범한 상태였다. 이 경계대로만 도로를 넓혀도 도로 이용이 훨씬 편리해지는, 간단히 해결될 문제였다. 책상에 앉아서만 행정을 했으면 절대 해결하지 못했을 문제다.”
-관악구는 다른 구에 비해 교통 환경이 열악한 편이다.
“경전철 사업을 통해 교통 문제를 개선하려고 한다. 민자 사업자 선정에 난항을 겪어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던 난곡선 사업이 최근 서울시 재정 사업으로 전환돼 2022년 조기 착공이 가능해졌다. 또 여의도 샛강역에서 서울대를 잇는 신림선이 현재 공사 중으로 2022년에 완공된다. 새절역에서 서울대입구역을 잇는 서부선도 현재 민간투자사업 적격성 검토 과정을 거치고 있는데 내년 말 착공할 것으로 예상한다.”
-선거 당시 ‘경제구청장’을 표방했다.
“관악구의 청년 인구 비율이 39.5%로 전국 1위라는 데서 지역경제 활성화 해법을 찾으려고 한다. 남태령 옛 채석장 부지에 ‘청년청’을 짓고, 창업지원센터와 같은 일자리 인큐베이터로 활용하겠다. 낙성대 일대엔 서울대와의 산학 연계를 통한 ‘R&D 벤처밸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또 서울대와 함께 내년 중으로 서울시의 100억원 상당의 공모 사업인 ‘대학캠퍼스 타운’을 신청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서울대 학생들이 졸업 후 관악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머물면서 일하고, 창업하는 환경을 만들어가려고 한다. 솔직히 저도 ‘경제구청장’보단, 복지 문제에 힘쓰겠다고 하는 게 성과 내기 좋다. 경제 살리기는 제 능력을 벗어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시 인구가 줄면서 관련 업종이 위축되는 등 지역경제가 심각하게 침체된 상황이다. 임기 내 지역경제를 살리는데 역량을 총동원하겠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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