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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 웹툰 투자 자문… “주식은 비싸게 사서 더 비싸게 파는 것”

입력
2018.09.18 04:4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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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 화백의 주식투자기 '허영만의 3천만원'에 멘토로 참여한 개인투자자 하웅씨가 인천 남동구 소재 사무실에서 매매 화면을 소개하고 있다. 박세인 기자
허영만 화백의 주식투자기 '허영만의 3천만원'에 멘토로 참여한 개인투자자 하웅씨가 인천 남동구 소재 사무실에서 매매 화면을 소개하고 있다. 박세인 기자

허영만 화백이 지난해 8월부터 13개월 동안 실전 투자를 하며 그린 웹툰 ‘허영만의 3천만원’에서 허 화백은 3,000만원을 600만원씩 나눠 각각 재야 고수 5명의 도움을 받아 주식 투자를 했다. 그 중 단연 돋보였던 고수는 600만원을 1,487만원으로 불려 준 개인투자자 하웅(42)씨였다.

지난 3일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 인근의 하씨 개인 사무실로 들어서자 10여개의 모니터가 쉴 새 없이 반짝였다. 그는 이곳에서 초등학교 동창 2명과 함께 주가가 움직일 때마다 바로 주식을 사고 팔길 반복하는 ‘단타매매’를 한다. 많을 땐 하루에 자신이 운용하는 원금(5억원)의 8배 수준인 40억원어치 주식을 거래한다.

하씨는 군에서 전역한 지난 1999년 처음 주식을 접한 뒤 다니던 대학을 중퇴하고 전업투자로 들어섰다. 처음 5년 간은 수익이 거의 없었다. 처음으로 큰 수익이 난 것은 2004년이다. 친척이 운영하는 공장에서 일을 하며 모은 500만원이 2년여 만에 10억원으로 불어났다. 그 돈으로 결혼을 한 뒤 다시 2년 여간 10억원을 벌었다.

2011년에는 삼성증권이 주최한 실전투자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올해도 삼성증권의 개인투자자 수익률 순위에서 그의 필명(주경야독77)은 당당히 제일 윗자리에 올라 있다. 지난 14일 기준 연초 이후 누적 수익률은 628.75%다.

하씨는 “시장에서 누구나 인정 할 만한 ‘미인주’는 비싸게 사더라도 나중에 더 비싸게 팔 수 있다”며 “실패를 줄이기 위해선 시장을 이기려 들지 말고 과감히 손절을 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주식 매매의 비법이 있나.

“매일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 중 매매 대상을 추린다. 시장에서 모든 종목이 상승할 순 없는 만큼 그 시대에 가장 인기가 많은, ‘미인’이 많이 나올 것 같은 종목 위주로 매매한다. 특정 종목군이 상승하면 사람들은 ‘테마주’라고 이야기 하는데 사실 시장에서 인기 있는 종목들은 다 테마를 가지고 있다. 과거에도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 정화조(정유 화학 조선) 등 시대를 대표하는 테마가 있었다.”

-인기 종목은 어떤 방식으로 찾나.

“52주 신고가(최근 1년간 가장 높은 가격)나 신고가 근처 10% 이내 주식들을 유심히 본다. 그 중에서 거래대금이 꾸준히 유지되는 종목을 찾는다. 거래가 된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그 종목을 많이 알고 있다는 지표다. 그만큼 나중에 팔 때도 쉽게 매매할 수 있다. 이런 종목은 판단을 잘못했다고 생각될 경우 손절을 하기도 쉽다. 만약 이 종목이 추가로 상승해 고가를 넘어 선다면 그 이후엔 큰 폭의 상승을 기대해볼 수도 있다. 신고가를 넘기 전까지는 과거 높은 가격에 사들인 주식을 ‘본전’에 팔려는 투자자들의 매물이 많지만 그 이후엔 매물이 사라진다.”

-저평가주를 사야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저가에 사 반등을 기다리는 방식은 권하고 싶지 않다. 주식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면 그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바닥인 줄 알았는데 지하실로 더 떨어질 수도 있다. 떨어지는 칼날은 어디까지 떨어질 지 모르고 손절 타이밍을 잡기도 어렵다. 기세가 꺾인 종목은 쳐다도 보지 않아야 한다.”

-단타 투자 시 운영 규모는 얼마 정도가 적당하다고 보나.

“자신이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자산을 운용해야 한다. 현재 주식 계좌에 넣고 운용하는 자금은 4억~6억원이다. 수익 실현을 하면 뺄 수 있는 돈은 무조건 다른 통장으로 뺀다. 금액이 커지면 한번만 투자를 잘못해도 큰 손실을 볼 수 있고 꾸준히 매매해온 금액과 차이가 벌어지면 심리적 부담도 커진다. 전업 투자로 돌아선 뒤 꾸준히 수익을 내고도 한동안 주식 운용 자금은 1억원도 안됐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규모를 조금씩 늘렸다. 지금은 손절매를 쉽게 할 수 있는 금액이 5억 정도인 것 같다.”

-전업투자자가 단기 투자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전업투자자에게 주식투자는 자신의 직장과 같다. 직장인이 월급을 받듯 일정한 수입이 있어야 전업 투자자가 될 수 있다. 장기투자를 하면 특정한 몇 개 종목에서 크게 수익을 올려도 그 사이 보릿고개를 지날 수 밖에 없다. 매달 월급처럼 일정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식의 투자를 해야 지속 가능하다.”

-일반 직장인은 주식 매매창을 하루 종일 들여다볼 수 없다. 전업 투자자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매일 매매를 하기 힘든 경우라면 재료가 있는 종목을 꾸준히 보유하는 것도 괜찮다. 허 화백에게 자문을 할 때 올해 초 상장한 애경산업이라는 종목을 추천했는데 상장 후 회사의 적정 가치를 찾는 작업이 지속되며 큰 폭으로 올랐다. LG생활건강과 사업구조도 비슷하고 실적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현재 시가총액을 보면 내년이면 코스피 200 지수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수급과 실적, 호재가 모두 있는 종목이다. 이런 식으로 꾸준히 시장과 종목에 대한 공부를 해 자신만의 투자 방법을 만드는 게 좋다. 성장성이 있고 지금 시장에서 인정하는 주식을 사야 많이 오른다. 거래량이 동반되며 주가가 상승할 수 있는 주식을 찾는 게 중요하다.”

-시장에 대한 공부는 어떻게 하나.

“과거에는 주식 관련 서적을 많이 읽었는데 지금은 장 끝난 뒤 당일 수급을 본다. 관심있는 종목들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살핀다. 물론 지금은 그 종목들이 어떤 사업을 해서 돈을 버는지 잘 알기 때문에 수급이 어떻게 뒷받침되고 어떤 재료를 갖고 있는 지만 확인하면 된다. 재무제표가 좋다고 해 무조건 주가가 상승하는 게 아니다. 어느 정도 실적이 나면 그 다음부터는 수급, 즉 투자자들의 관심이 관건이다. 이익만 따지면 삼성전자가 애플은 물론 ‘팡(FANGㆍ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을 다 합친 것보다도 많지만 시가총액은 비교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올해처럼 조정을 받는 시장에선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주식 자체를 긍정적으로 보기 때문에 조정 장은 오히려 기회라고 본다. 주식 시장은 상승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 둔 시스템이다. 주가가 폭락하면 부양책이 항상 뒤따른다. 이런 시기에는 특정한 종목에 돈이 쏠리기 때문에 큰 수익을 낼만한 종목을 찾는 것도 쉽다. 오히려 시장이 ‘대세 상승’을 할 때는 방관을 하게 된다. 내가 고른 종목이 있더라도 다른 종목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하기 때문에 크게 재미를 보기 어렵다. 어떤 시장을 마주하든 그 시장이 좋아할만한 종목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허영만 화백의 주식투자기 '허영만의 3천만원'에 멘토로 참여한 개인투자자 하웅씨가 지난 3일 인천 남동구 소재 사무실에서 투자철학을 소개하고 있다. 박세인 기자
허영만 화백의 주식투자기 '허영만의 3천만원'에 멘토로 참여한 개인투자자 하웅씨가 지난 3일 인천 남동구 소재 사무실에서 투자철학을 소개하고 있다.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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