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침을 열며] ‘중진국 함정’ 출구 찾는 중국

입력
2018.09.17 19:04
31면
0 0

올해가 아직 100일여 남았지만 지금까지 중국 관련 화두(話頭)의 변화를 살펴보면 중국의 고민을 알 수 있다. 이는 우리의 전략적 선택과 전술적 속도 조절에도 필요하다.

상반기 중국이 가장 관심을 가진 화두는 ▦종전선언 ▦차이나 패싱 ▦중국 역할론이다. 중국은 올해 초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시작된 남북대화와 이어진 남북ㆍ북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종전선언’은 물론 ‘평화협정’ 체결에서도 제외될 수 있다는 ‘차이나 패싱’에 조바심을 보였다. 중국은 자신들의 ‘역할론’을 강조하며 3차례 진행된 북중 정상회담으로 겨우 한숨을 돌렸다. 이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전통적 대응 방식이다.

하반기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중국 지인들이 필자에게 건네는 화두에서 ‘차이나 패싱’이 사라졌다. 전반기와 달리 그들에게서 자신감이 보였다. 하지만 ‘차이나 패싱’이 중국에 준 엄청난 부담감과 명확한 효과를 확인한 것은 큰 수확이다. 게다가 이전에는 생각조차 하기 힘들었던 ‘차이나 패싱’을 만든 사례는 한반도 미래전략 구상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하반기 중국의 화두는 미중 무역전쟁이다. 전반기에 상대적으로 약했던 미중 무역전쟁 이슈는 7월 6일부터 시작된 미국의 1차 관세보복을 기점으로 가장 중요한 화두로 부상했다. 처음부터 ‘이에는 이’라며 결사항전 기세를 보였던 중국은 점차 미국에 대한 보복 수단의 부재로 인해 방어적 태세로 전환했다.

시진핑 주석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개최된 동방경제포럼에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당사자는 ‘남북미’라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이 미국에 두 가지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미 대화의 걸림돌로 ‘중국 배후론’을 거론하며 중국에 대한 무역전쟁을 확전시키자 이에 대한 유화적 신호를 보인 것이다. 동시에 대만에 대한 미국의 우호적 정책 전개 중단을 요청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중국이 북한 문제에 대해 이렇게 물러선 적이 없었다. 이는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이 미중 무역전쟁의 전장(戰場)에서 다소 벗어난 북한 문제로 사실상 ‘백기’를 든 형국이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미국의 ‘대만 지원 카드’는 중국이 가장 우선적으로 중단시켜야 하는 전략적 목표, 즉 양보할 수 없는 핵심이익으로 분류된다. 바둑에 비유하면, 중국은 돌을 던질 곳을 찾은 셈이지만, 승기를 잡은 미국이 이대로 판을 거두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몇 년간 중국에서 조심스럽게 주목받는 화두는 ‘중진국 함정’이다. 미국의 압박이 계속 심각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금, 중국은 ‘중진국 함정’의 출구를 고민하게 되었다. 개발도상국이 1인당 국민소득 4,000~1만달러 진입 이후, 성장을 멈추고 후퇴한 사례는 많았다. 2차 대전 이후 100여개국의 사례 중에서 산유국과 도시국가를 제외하고 한국ㆍ일본ㆍ대만만이 이 함정을 통과했다는 점은 중국을 당혹스럽게 할 것이다.

최근 중국 언론과 전문가들이 필자에게 던진 질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산업화 초기,중진국, 선진국 진입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역할 ▦발전 단계별 한국 정부의 역할 변화 ▦한국 정부의 간섭 정도 ▦임금 상승으로 중국 기업도 해외로 이전 중인데, 한국의 해법은 ▦한국은 어떻게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났나 ▦‘중국제조 2025’ 전략의 성공 비결에 대한 조언 등이다. 중국은 문제에 대한 고민보다 문제 해결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더 어려울 것이다. 중국공산당은 시장 자율화와 성장목표 달성을 국가를 통한 강력한 개입으로 이루는 방법을 찾고 있다. 필자의 대답을 요약하면 이렇다. “시장 자율화는 시장에 맡겨야 하고, 국가는 행위자가 아니라 시장 자율화의 보호자에 머물러야 한다.” 중국은 의미를 이해하더라도, 실천에 옮기지는 못할 듯하다.

김상순 중국차하얼(察哈爾)학회 고급연구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