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에 단골 출연
일본의 ‘국민 배우’ 기키 키린(樹木希林ㆍ본명 우치다 케이코)이 15일 별세했다. 향년 75세.
16일 NHK, 아사히(朝日)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기키 키린이 전날 새벽 도쿄(東京)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그는 2005년 유방암 수술 이후 2013년 암이 전신에 전이됐음을 밝히는 등 투병생활 속에서 연기활동을 지속해 왔다. 지난 8월 왼쪽 대퇴부 골절로 수술을 받았으나 퇴원 후 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 출신으로 1961년 극단 분가쿠좌(文学座)에 입단해 연기생활을 시작했고, 70년대부터 주로 텔레비전에서 활동했다. 특히 인기를 모았던 1974년 TBS 드라마 ‘데라우치 칸타로(寺内寛太郎) 일가’ 에서는 주인공의 엄마 역할을 맡았는데, 31세에 불과한 그가 70세 노인을 연기해 화제가 됐다. 이후에도 줄곧 노역을 맡으면서 개성파 연기자로 자리매김했다.
2000년대에는 활동무대를 영화로 옮겨 2007년 ‘오다기리 조의 도쿄타워’와 2011년 ‘내 어머니의 인생’으로 일본아카데미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특히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 감독 영화에 단골 출연해 한국 관객에게도 친숙하다. 올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어느 가족’에서 소매치기로 생계를 꾸려가는 가족의 할머니 역할을 맡았고, 한국에 개봉된 고레에다 감독의 ‘걸어도 걸어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태풍이 지나가고’,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에 출연했다.
1973년 록 가수 우치다 유야(内田裕也)와 결혼, 이혼하지 않은 채 별거를 지속하는 등 특이한 결혼생활로 화제가 됐다. 딸 우치다 야야코(内田也哉子)와 사위 모토키 마사히로(本木雅弘)도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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