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백악관과 여당인 공화당 간 내분이 심화하는 가운데, 양측 모두에 또 하나의 악재가 들이닥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검의 1호 기소 대상이었던 폴 매너포트 전 트럼프 대선캠프 선대본부장이 유죄를 인정하고 수사에 ‘전적으로, 정직하게’ 협조키로 한 것이다. 그 동안 특검 수사에 비협조적 태도로 일관했던 매너포트마저 트럼프 대통령한테서 등을 돌리면서 공화당의 중간선거 전망에도 더욱 짙은 먹구름이 끼게 됐다.
1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워싱턴 정가는 전날 전해진 ‘매너포트의 수사 협조’ 소식을 트럼프 대통령 측에 예사롭지 않은 ‘위험 신호’로 보는 분위기다. 물론 지난달 21일 1심에서 금융사기 등 8개 혐의 유죄 판결을 받은 매너포트가 이번에 추가로 유죄 인정을 한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과는 무관하다. 당시 선고되지 않은 ‘돈 세탁’과 ‘우크라이나 친(親)러시아 정당 관련 불법 로비’ 부분이다. 하지만 2016년 8월까지 선대본부장을 지냈던 그의 역할에 비춰,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한 ‘고급 정보’를 많이 갖고 있는 인물이 특검 수사에 전적으로 협력하겠다는 건 중대 변화라는 것이다.
특히 매너포트는 2016년 6월 트럼프 핵심 측근들과 러시아 측 인사들이 만난 문제의 ‘트럼프타워 회동’에 참석했던 당사자다. 게다가 유죄인정 합의가 됐다는 건 뮬러 특검이 향후 수사에 있어서 ‘가치 있는 정보’를 매너포트가 넘겨 줬다고 판단했음을 의미한다. WP는 “백악관의 일부 관리들은 ‘매너포트가 무엇을 폭로할지 전혀 알 수가 없다’고 인정했다”며 “뮬러 특검이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트럼프의 사법방해 의혹에 대한 ‘진실 규명’이라는 궁극적 목표로 나아갈 핵심 열쇠를 쥐게 됐다”고 평했다.
이런 가운데 공화당 내부에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만과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전했다. 미국 경제 호황을 중간선거의 무기로 활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텐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트윗만 일삼으며 이를 이슈화하는 탓에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뜻이다.
공화당 내 여론조사 전문가 글렌 볼저는 “대중은 경제 호조가 아니라, ‘혼돈의 인간’(트럼프)을 보고 투표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민주당 정치컨설턴트인 제임스 카빌도 “트럼프가 경제보다 커져 버렸다. 모든 대화는 트럼프에서 시작해 트럼프로 끝난다”고 꼬집었다. 결국 ‘건강한 경제’라는 강점이 ‘트럼프발(發) 악재’라는 약점에 상쇄되고 있다는 진단인 것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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