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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지역 다주택자 중과세는 평등권ㆍ재산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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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지역 다주택자 중과세는 평등권ㆍ재산권 침해?

입력
2018.09.17 04:40
수정
2018.09.17 09:34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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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이전의 자유 제약 등 종부세 방식 위헌 논란

정부 “공익 우선… 차등과세 상대적 평등 적용 가능”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김 부총리는 이날 종합부동산세 조세 저항에 대해 “위헌 시비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hongik@hankooklbo.com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김 부총리는 이날 종합부동산세 조세 저항에 대해 “위헌 시비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hongik@hankooklbo.com

9ㆍ13 부동산 대책의 핵심인 종합부동산세 과세 방식을 둘러싸고 위헌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 구분 없이 과세하는 통상의 방식에서 벗어나 특정 지역 다주택자에게 세금을 무겁게 물리면서 평등권을 비롯한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종합부동산세 지역별 차등과세 위헌 논란=그래픽 김문중 기자
종합부동산세 지역별 차등과세 위헌 논란=그래픽 김문중 기자

16일 기획재정부,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9ㆍ13 대책에는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 일반(0.5~2.7%)보다 0.1~0.5%포인트 높은 세율(0.6~3.2%)로 종부세를 매기고, 세부담 상한 비율(전년 대비)도 일반(150%)의 두 배인 300%로 인상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러한 ‘차등 과세’ 방침이 평등권, 거주 이전의 자유, 재산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향후 조세 조항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세제 전문가들과 기재부 세제실의 입장을 토대로 위헌 논란을 쟁점별로 살펴봤다.

◇지역별 차등과세는 평등권 침해?

평등권 침해 논란은 종부세를 산정하는 데 있어 조정대상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을 나눠 세율과 세부담 상한을 달리하는 것이 적법한지 여부가 쟁점이다. 주택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특정 지역의 주택가격 상승률이 해당 지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3배를 초과한 지역 중 월평균 청약경쟁률이 5대1(국민주택규모는 10대1)을 초과했거나 분양권 전매 거래량이 30% 이상 증가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데, 현재 서울 전역(25개구)을 비롯해 전국 43곳이 지정돼 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종부세는 납세자가 보유한 전국의 모든 주택의 가치를 합산해 누진적으로 과세하도록 설계돼 있다”며 “특정 지역에 주택을 보유했다고 해서 중과세하는 것은 종부세 취지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면 ‘상대적 평등’을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평등과 부동산 투기 방지 중 후자가 더 우위에 있는 가치일 경우엔 국가가 목적 달성을 위해 차등 과세를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국가가 거주 이전 자유를 제약?

조정대상지역에 대한 차등 과세는 인상된 세금을 감당하기 힘든 이들에게 주거지를 옮겨야 하는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결과적으로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 시내 한 사립대학의 세법 전문 교수는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보유하는 게 꼭 투기 목적만은 아니며, 해당 지역의 생활 인프라를 누리려는 목적도 있다”며 “정부가 이에 불이익을 줄 경우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종부세는 집값이라는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과세하는 터라, 다른 자산으로 세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납세자에게 종부세 인상은 집을 강제 매각하라는 압박에 다름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종부세 중과 대상은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로 한정돼 있는 만큼 1주택자나 실소유자에게 이러한 논리를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사익 침해하는 과잉금지원칙 위배?

과잉금지원칙은 국가 규제를 통해 얻는 공익과 규제 대상자의 사적 불이익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헌법상 조항으로, 사적 불이익이 커질 경우 과잉금지에 해당된다. 정부는 종부세 개편안으로 인해 발생하는 납세자의 재산권 침해보다 집값 안정이라는 공익이 더 크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에 따라 세율은 물론이고 공정시장가액비율도 2022년까지 현행 80%에서 100%로 오르면서, 집값 등락과 상관 없이 향후 3년 뒤까지 세 부담이 증가하는 점은 논란 대상이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금 당장은 집값이 뛰고 있으니 정부의 종부세 인상안이 투기 방지 정책으로 정당화될 수 있지만, 집값이 하락세로 전환했는데도 공정시장가액비율 상승 등으로 세부담이 늘어날 경우 재산권 침해 논란이 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세법률주의 위반?

조정대상지역이 국회를 거치지 않고 국토부의 시행규칙을 통해 지정된다는 점을 들어 이번 종부세 과세 개편안이 ‘조세를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러나 양도소득세 역시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2주택자는 일반세율에 10%포인트, 3주택자 이상은 20%포인트를 가산하고 있어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재부는 종부세법에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보다 높은 세율을 부과한다는 점을 명시해 이 같은 논란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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