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가가 실향민 가족이라 더 감회가 새롭습니다.”
작곡가 김형석이 첫 방북 소감을 16일 이렇게 전했다.
김형석은 18~20일 북한 평양에서 열리는 3차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한다. 문화예술계 특별 수행원 자격으로 래퍼 지코와 가수 에일리와 함께한다.
김형석은 이번 방북을 계기로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TV로 보며 울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의 외가 고향은 함경도다.
김 작곡가는 방북 당일 저녁 만찬에서 공연한다. 그는 “만찬에서 ‘우리의 소원은’과 ‘아리랑’ 등을 새롭게 편곡해 피아노 연주를 한다”고 설명했다. 북한 가수와 현지 노래 ‘심장에 남는 사람’ 협연도 논의 중이다. 김 작곡가는 “음악을 통해 남과 북이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바람도 보탰다.
김 작곡가는 김광석의 ‘사랑이라는 이유로’, 신승훈의 ‘아이 빌리브’, 박진영 ‘너의 뒤에서’ 등 숱한 히트곡을 냈다. 1989년 인순이에게 준 ‘이별 연습’을 시작으로 30여 년 동안 1,200여 곡을 내 대중음악을 풍요롭게 한 주인공이다.
이번 방북 명단에 김 작곡가가 포함된 데는 그가 남북 긴장 완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한 점이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김 작곡가는 내년 3ㆍ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꾸려진 통일문화운동 ‘2019 원 케이 글로벌 캠페인’ 공동 총괄 감독을 맡고 있다.
김 작곡가는 지난 8월 열린 행사 간담회에서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 통일에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더 고민하고 있다”며 “요즘 남북 관계가 봄 같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가 만든 ‘미스터 프레지던트’는 지난해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환영식장에서 울려 퍼지기도 했다. 김 작곡가는 문재인 대통령을 2012년 대선 후보 시절부터 지지해왔다.
김 작곡가와 함께 생애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게 된 아이돌 블락비 멤버 지코는 요즘 힙합신에서 가장 ‘핫’한 래퍼다. 직접 곡을 만드는 창작형 아이돌로 ‘말해 예스 오어 노’를 비롯해 ‘유레카’, ‘아티스트’ 등의 노래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번 방북단에 래퍼로는 유일하게 초대돼 그가 만찬에서 어떤 노래를 선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4월 방북 예술단이 현지에서 펼친 공연 ‘봄이 온다’에서 레드벨벳이 K팝 아이돌그룹 중 유일하게 공연해 주목을 받았듯이 지코의 무대에 현지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주목된다.
생애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게 된 지코는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지코는 “방북 특별수행자 명단에 포함돼 대단히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중요한 자리에 초대해 주신만큼 맡은 바 임무를 다하고 오겠다”고 전했다.
여성 가수로는 홀로 북한을 찾게 된 에일리는 탁월한 가창력으로 인정받는 20대 가수다. ‘보여줄게’를 비롯해 드라마 ‘도깨비’(2017) OST에 실린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로 큰 사랑을 받았다. 에일리는 “남북이 교류하는 뜻깊은 자리인 만큼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오겠다”고 소속사를 통해 밝혔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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