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리더십’ 책 낸 레 휘 콰
“많은 조직과 기업들이 박 감독의 리더십을 배워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박항서-리더십 분석, 한국기업의 성공 비밀’을 베트남 현지서 출간한 레 휘 콰(45) 가나다어학원 원장은 “많은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에서 성공을 거둔데 이어, 박 감독까지 성공하자 그 비결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주요 이유를 50개로 정리한 책”이라고 소개했다.
베트남에서 한국어 학원을 운영 중인 그는 지난해 10월 박 감독이 베트남 축구협회와 계약을 맺은 뒤부터 전속 통역으로 돕고 있다. 박 감독 숨소리까지 통역하면서 보고 느낀 점을 350쪽에 정리했다는 이 책의 출판기념회가 16일 호찌민시 ‘책의 거리’에서 열렸다.
콰 원장이 꼽은 박 감독 성공의 최대 비결은 ‘따뜻한 리더십.’ 그는 “박 감독이 베트남의 한 대표 선수에게 ‘받은 월급으로 어머니한테 뭘 해드렸냐’고 물은 적이 있다”며 “이 질문은 선수들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고 전했다. 수 많은 외국인 감독들이 있었고 그들 모두 겉은 친절했지만, 선수 개개인의 가정사까지 챙기진 않았던 것이다. 같은 유교 문화권의 박 감독이 보여준 이런 행보는 선수들에게 ‘나의 감독님’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는 게 콰 원장의 결론이다. 그는 또 “이 같은 감동이 선수들을 더 단단하게 했다”며 “내면의 힘을 밖으로 끌어내는 능력을 박 감독은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초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십 결승 진출에 이어 아시안게임에서 베트남이 4강에 오르자 박 감독의 리더십에 대한 각계 각층의 관심이 비등했다. 아시안게임 직후인 지난 3일 시중에 책이 나오자마자 1쇄(3,000권)가 매진됐고, 현재 3쇄가 인쇄 과정에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책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베트남에서 이런 판매 속도는 매우 드물고 빠른 것이다. 최근에는 한국의 한 출판사로부터 한국어판 출간까지 제안 받아놓고 있다.
“이제는 말할 수 있게 됐다”는 콰 원장은 “박 감독도 성공하기까지 순탄치 않았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게 선수들의 낮잠 등 문화 차이에서 온 갈등. 그는 “베트남 선수들은 점심 식사 후 2시간 정도 쉬어야 하는데, 박 감독은 처음에는 이를 싫어했다”고 전했다. 아열대 기후인 베트남에서는 오수(午睡)가 필요한데, 베트남 직장인 대부분도 점심 먹고 30분 정도 낮잠을 잔다. 결국 시행착오 끝에 박 감독이 양보하는 쪽으로 절충, 오후 훈련은 오수가 끝난 오후 4시에 시작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콰 원장은 “처음엔 선수들도 박감독의 고함 소리, ‘빨리, 빨리’ 소리에 적잖게 놀랐다”며 “겉은 거칠어도 속은 따뜻하다는 사실을 선수들이 깨달으면서 고함 소리에 적응, 팀 실력이 크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콰 원장에 따르면 박 감독은 한 경기 한 경기 준비로 밤을 새우는 이른바 ‘워크홀릭’ 성향이 강하다. 그는 “박 감독은 한국전쟁 전후에 태어나 경제발전에 핵심 역할을 한 세대의 특징을 고스란히 갖고 있으며, 근면과 함께 자기 희생을 가장 큰 특징으로 한다”고 말했다. 또 “이는 베트남 사람이 배워야 할 자세인데, 베트남 축구팀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개인 역량보다는 팀에 헌신할 선수들을 선발한 전략이 주효했다”고 강조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